대덕단지 핵융합 연구 메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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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이면 대덕 연구단지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로 북적거릴 전망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발전 연구시설이 들어서 연구원이 세계 과학자들의 공동연구센터로 탈바꿈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원측은 "초전도 핵융합 발전 시설인 'K-STAR'의 설계가 끝났으며, 올해부터 건설에 들어가 2005년 초에 완공한다"고 최근 밝혔다. 핵융합 발전은 '꿈의 대체 에너지'라 불린다.

우리나라가 이런 시설을 만든다는 것은 설계 단계 때 세계에 알려져,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우리 과기부와 K-STAR를 이용한 공동 연구 협정을 맺었다.유럽연합(EU) 과 일본도 과기부와 K-STAR 이용을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핵융합 발전 연구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K-STAR는 5분 동안 지속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반응이 일어나는 부분의 온도를 1억도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만들어진 시설은 몇초 정도 반응을 일으키는 게 고작이었다.

핵융합 반응을 1분 이상 지속시키는 방법은 1980년대 중반 고안됐으나 실제 시설을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가장 앞서 대체에너지를 개발한다는 차원에서 94년부터 총 3천4백억원 규모의 K-STAR 건설 계획을 추진해 왔다. 세계적으로는 미국.러시아.EU.일본이 연합해 총 2조원을 들여 2012년 완공을 목표로 대형 핵융합 발전 연구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폭탄의 원리를 발전에 적용한 것. 수소폭탄이 터질 때와 똑같은 반응을 일으켜 그 때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원자폭탄의 원리를 이용해 원자력 발전소를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원료인 중수소나 삼중수소는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플루토늄과 달리 방사능이 거의 나오지 않아 훨씬 안전하다.

중수소는 수소와 꼭 같으면서 원자핵에 수소보다 중성자 하나가 더 들어 있는 원소다. 삼중수소는 그보다도 중성자 하나가 더 많다.

중수소 등은 또 바닷물에서 쉽게 뽑아낼 수 있어 재료비가 싸고 자원 고갈 우려가 거의 없다. 중수소 1g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석유 8t을 태웠을 때와 맞먹는 에너지를 낼 정도로 효율이 높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수소폭탄이 만들어진 50년대 중반부터 앞다퉈 핵융합 발전소 개발에 몰두해 왔다.

그런데도 핵융합 발전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원료를 1억도까지 가열하는 것이 쉽지 않고, 온도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K-STAR는 전자레인지처럼 원료에 전파를 쬐어주는 방법으로 온도를 올린다. 또 고온 유지는 반응 시설 안을 거의 진공에 가깝게 함으로써 가능케 한다.진공 상태에서는 외부로 열 전달이 잘 안돼 온도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경수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장은 "핵융합 발전소가 상용화되려면, 가열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발전돼 나오는 전기에너지가 훨씬 커야 한다는 효율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며 "2040년께면 최초로 상업화된 핵융합 발전소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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