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불도저」 서울 특별시장 김현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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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만족이라구요? 내 신념과 철학과 소신으로 저는 앞으로 3년, 서울을 올해보다도 더욱 파헤치고 다듬을 결심입니다』 「불도저」 김현옥 서울특별시장은 말끝마다 신념·철학·소신이란 낱말을 빼놓은 적이 없다.
까마득한 부산시장자리에서 한달음에 서울특별시장자리에 뛰어오른지 만9개월 -1백40억9천만원이란 풍부한 재정을 그동안 마음대로 주물러 서울시내를 온통 파헤치고 2백15개의 건설공사를 벌여놨다.
김현옥 서울시장에게는 작년은 「생애최고의 해」였지만 3백80만명의 서울시민도 그처럼 행복한 해였을까? 양곡파동에 연탄파동. 잇단 고난에 시달렸지만 김현옥 시장은 그러한 문제엔 「노·터치」. 『내가 구상한대로의 서울시가 계획을 이룩할 때까지 서울특별시장자리는 지켜야겠다』고 자신만만하다.
그는 건설공사 외의 얘기엔 흥이 나지않는다. 시비 60% 이상을 앞으로도 계속 투자할 목표 아래 순수 복지사업에는 내년에도 예산이 12%밖에 안된다.
김 시장의 의견으로는 『수도서울이 해방 20년 동안 너무나도 건설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복지사업은 여유가 넉넉할 때 벌여도 되므로 모두가 입을 악물고 참자』는 것이다. 「작년은 참으로 아슬아슬했습니다. 지난날 군대, 그리고 행정을 맡았던 어느 해보다도 힘들고 바빴읍니다. 거기다 지난 홍수 때는 매일 하늘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지요. 세종로 지하도 등 이곳 저곳 땅을 마구 파놓은 데다가 장마가 한달 동안이나 계속 되었으니 말입니다. 어떤 분은 내가 너무 서울의 땅을 파헤쳐 놓았기 때문에 물난리가 났다고까지 원망할 때 참말 땀뺐습니다. 교통난을 완화시키겠다고 파헤친 결과가 장마철 한때 더욱 악화되다시피 되었었으니까요.』
김 시장은 깊은 숨마저 들이마셨다. 『그래도 홍수 때 익사자 한사람 없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기로에 가까운 가장 기쁜 일이었읍니다.』 그는 익사자가 안난 것이 행정력의 덕이라는 듯이 말했다.
훤칠한 키에 서민적인 옷매무새와 웃음. 김현옥 시장은 『일하러 서울시장으로 왔지, 권위를 지키려고 온 것은 결코 아니라』고 했다.
「손끝에서 피가 철철 흐르도록 시민의 머슴이 되어 일을 해야한다』고 항상 역설하는 그는 자그마치 1천1백39건의 시장지시사항을 냈다. 1만2천명의 시청직원들은 김 시장이 온 후 걸음이 2배로 빨라졌다는 「아이러니」가 나올 지경-. 『이젠 시청을 복마전이라 부르지는 않겠지요?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가를 직접 눈으로 보면 알겁니다.』 김 시장은 자신이 있다. 9개월 동안 3천여명의 인사이동을 하여 인사 잘하는 시장으로 알려졌고…. 『5백45명을 내쫓고 2백54명을 승진시켜 40대 국장급 평균연령을 30대로 내렸으며 50여명의 사무관급, 30여명의 서기관급을 세대교체 했읍니다. 그는 자랑했지만 1백16명을 부산 등에서 전입시켜 시청직원들을 실망시켰다.
김 시장도 역시 자기 사람만을 좋아하는가?
3백80만 시민의 살림을 맡은 서울시장 책임이란 눈에 띄는 건설공사만을 가지고는 어려운 법-실무진과 사전계획도 없이 발표되어 드디어는 공포로 끝나고만 4만동 주택건립과 구획정리사업의 광범위한 착수발표로 마구 뛰어오른 서울의 땅값 등 실정이라기보다 공약에 너무 급급했다는 시민들의 비난에 대해서는 굳이 해명하려하지 않고 「내년에는 꼭 합니다』고 쓴웃음만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한달 동안에 걸친 세계일주-각국의 도시계획건설상을 시찰하고 돌아온 김 시장은 『자기의 고장, 자기의 도시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 서로가 애쓰는 높은 시민의 자세를 우리 서울시민들도 너나없이 발휘해야겠다』고 은근한 호소.
또 하나의 새로운 연륜이 다가오는 이제 김현옥 시장에게 있어서 서울의 건설은 그의 인생철학의 경지를 넘어 종교(?)가 된 셈-시재정 60% 이상을 앞으로 3년간 계속 건설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내년에는 1백20억원 가까이가 서울의 땅을 파헤치고 한강변을 뚫어 길을 내며 입체교차로 등 낯선 풍물을 만들어 내겠다고 또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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