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카운터 다이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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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맛집으로 소문난 참치횟집을 찾았다. 테이블 좌석은 꽉 찼고 남은 건 셰프와 마주하는 카운터 자리뿐이었다. 셰프와 마주 앉는 게 쑥스러워 그냥 다른 곳에 갈까 하다 용기를 내 카운터 앞에 앉았다. 결과적으로 그때 선택은 탁월했다. 셰프는 내가 참치 한 점을 집을 때마다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접시에 참치 뱃살 서너 점이 남자 즉석에서 초밥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회로 먹을 때보다 더 입안에서 스르르 녹았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지금도 종종 그 집을 찾는다. 그뿐만 아니라 이후 식당에 갈 때면 카운터 자리를 먼저 찾게 됐다. 셰프와 이야기 나누며 요리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고, 운 좋으면 좋은 식재료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 요리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카운터 다이닝은 미식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래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운 곳도 많다. 예를 들어 투뿔등심 가로수점은 카운터에 앉는 손님에게만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한 달 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카운터 다이닝이 인기를 끌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고객이 적극적으로 바뀐 것을 꼽을 수 있다. 과거의 고객은 테이블에 앉아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이젠 셰프에게 직접 묻고 사진 찍으며 요리를 넘어 문화를 즐긴다. 셰프의 인기가 연예인 못지않게 높아진 것도 한 이유다. TV에서 보던 셰프를 직접 만나 그가 요리하는 과정을 보는 게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셰프와의 대화는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자신이 원하는 맛을 찾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요리 취향을 셰프에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소한 요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누군가에겐 세상과의 소통 창구가 되기도 한다. 마크 핸들 리츠칼튼 서울 총지배인은 “카운터 안의 셰프는 자연스레 사람을 많이 만난다”며 “이들과 말동무 하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트렌드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셰프와의 대화는 때론 힐링 효과가 있다.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떠올리면 된다. 드라마는 중년의 주인장이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어울리는 음식을 건네고 대화를 나누며 그들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았다.

송정 기자

마크 핸들(40)은 미국·중국·일본 등 세계 특1급 호텔에서 약 15년간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리츠칼튼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왔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머문 것까지 더하면 3년7개월을 한국에 머물렀다. 평소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긴다. 혼자만 알기 아까워 페이스북과 푸드 스포팅(Food Spotting),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다녀온 맛집을 국내외에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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