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하 선수의 강도적 납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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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유를 찾아 망명을 꾀하였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북괴의 권투선수 김귀하씨가 다시금 사지로 강송당한 강도적 납북사건은 우리의 격렬한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이제 북괴로 강송된 김 선수의 신상에 어떤 화가 미쳐올 것인가를 생각하면 차라리 등골이 싸늘해 진다.
정부는 때늦게 『그의 강제적 북행은 명백한 강도적 납치행위이며, 공산생지옥에로의 장송』이라고 비난하고 나섰고, 정가도 한결같이 이 비극적 사태를 개탄하였지만 김 선수가 이제 다시 자유를 얻을 수 없는 몸이 된 것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그가 얼마나 가혹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인지도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면 한 선량한 인간을 그렇듯 전율할만한 운명 속에 몰아넣은 책임은 누구에게 있단 말인가. 김 선수의 강도적 납북의 경위는 아직 소상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리는 그 대부분의 책임이 물론 그 동안 중공을 업고 북괴와 정을 통해왔던 용공적 「캄보디아」당국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그런 「캄보디아」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조처가 앞으로 강구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우리현지외교의 중대한 실책을 문책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한국총영사관의 법적·실질적 지위가 허술한 게 사실이었고, 망명자에 대한 국제법상의 비호권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하더라도 김 선수의 망명요구는 그런 지섭적인 법적·기술적 절차 내지 해석을 넘는 인도적 문제였다는 점에서 현지외교는 입이 열이 있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그가 우리의 동족이요, 그의 가족이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있다는 엄연한 사실, 또한 그의 망명기도가 좌절되는 경우 사지로 끌려간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모를 리 없었을 것인 만큼 현지외교의 책임은 면제될 길이 없을 것이다. 다음 일본의 간교한 배신행위에도 큰 책임이 있을 줄 안다. 알려지기로는 김 선수는 현지의 일본외교당국에도 망명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일본정부는 처음 「국제관례상 정치망명을 받아들일 의무가 없고 또 일단 북송된 한국인의 일본망명을 인정치 않을 방침』이라는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세부리하게 되자 이번엔 외무차관의 입을 빌어 현지일본대사관의 망명요청 거부설은 사실무근이며 자기네들로서는 제3국으로서의 최선의 조치를 다한바 있었다고 강변하고 나섰다. 위에서도 지적한대로 김 선수 납북의 소상한 경위가 아직 알려있지 못하고있으니 말이지, 만일 그 동안 알려진 대로 일본당국이 김 선수의 망명요구를 외면한 것이 사실이었다 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일본의 배신행위와 비인도적 처사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야할 책임을 느낀다.
우리는 사랑하는 처자식과의 상봉이 강제적 타의에 의해 불가능하게 되고 한 인간의 장내에 생명의 위험을 포함하는 결정적인 암흑을 안겨준 이번과 같은 비인도적·강도적 납북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단호히 대처하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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