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줄여주는 ‘자산배분형 랩’

중앙일보

입력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주식투자 성패는 리스크 관리에 달려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어지간해선 수익을 내기가 쉽지않다. 욕심을 부리다간 되레 큰 코를 달칠 수 있으니 신중한 투자자세가 요망된다.

 시장의 위험을 피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여러 자산을 골고루 섞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자산배분형 랩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랩은 증권사가 고객취향이나 시장상황에 따라 고객이 맡겨놓은 돈을 대신 굴려주는 상품이다. 자산배분형 랩은 투자자산을 주식·채권·수익증권·상품·유동성 등 서로 다른 자산군으로 나누어 운용하는 금융상품으로 시장 위험의 최소화를 지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자산집단간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단일 자산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 손실의 위험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자산배분은 원래 기관투자가가 써먹어 오던 투자기법이다. 기관투자가는 어떤 시장 또는 자산군이 최고의 수익을 올릴 것인지를 찾지 않고 효율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수익률과 위험 사이에서 최적의 투자대안을 사용하는 운용전략을 편다. 이런 자산배분의 목적은 특정 시장이나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대상에서 은행금리보다는 높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최근 증시에선 목표수익을 낮추고 위험도 줄이는 중위험·중수익 투자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개별종목보다는 지수에 투자하는 파생생품과 주식과 채권을 버무린 혼합형 펀드가 등장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자산배분형 상품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끌게 된 것도 같은 배경이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자산배분형 랩을 출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DB대우증권의 ‘폴리원’을 예로 자산배분형 상품의 구조와 운용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폴리원은 지난 2월 25일 기준 잔고가 2500억원에 달한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자산배분형 랩이다. 이 상품은 운용자의 정성적 판단을 배제해 대우증권의 랩 운용부가 자체 개발한 자산배분모델에 따라 위험자산의 편입비중을 0~100%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한다. 즉, 시장상승기에는 주식ETF등과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 수익을 늘리고 하락기엔 채권이나 ETF같은 안전자산으로 재빨리 갈아타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하려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운용전략에 기초해 폴리원은 2009년 6월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 해 말까지 약 73%의 수익을 거두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 대비 30%의 초과수익률이다. 특히 2011년 8월 유럽의 재정위기로 시장이 급락하기 직전 자산배분모델이 하락신호를 보냄에 따라 모든 자산을 안전자산으로 교체했다가 2012년 1월 시장상승 시점에 다시 위험자산으로 되돌린 것이 이런 성과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KDB대우증권의 김분도 랩운용 부장은 “사람의 헤아림으론 시장이나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어 경제지표로 주식시장의 싸이클을 추적하는 모델을 만들게 됐다”며 “폴리원의 자산배분모델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코스피와 가장 유사하게 움직이는 글로벌 자본시장 지표 20개를 골라 점수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KDB대우증권은 올 초 폴리원 시리즈의 첫 글로벌 상품인 ‘폴리원 글로벌-차이나’도 내놨다. 이 상품은 중국 상해종합지수 자산배분모델을 이용해 중국 본토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출시 2개월도 안돼 잔고가 120억원을 웃돌 정도로 인기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 자산배분모델 역시 상해종합지수와 상관도가 높은 중국 및 글로벌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구성했고, 각 지표별 점수화를 통해 위험자산의 편입비중을 산출하고 있다. 이 모델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09년이후 누적수익률이 180.62%에 달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상해종합지수상승률을 156% 웃도는 수치다. 상해종합지수가 각각 14.31%, 21.68% 하락한 2010년과 2011년엔 21.59%, 1.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폴리원 글로벌-차이나에 대해 대우증권 측은 환매기간이 짧고 환매수수료가 없어 비용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데다 하락위험도 피할 수 있게 설계돼 있어 개인에게 알맞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서명수 기자 seoms@joongang.co.kr 그래픽="이말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