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가 오케스트라 불러 창립기념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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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장비업계가 좀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뛰어난 실적을 올린 정보기술(IT)업체가 특급 호텔에서 72인조 오케스트라를 초청하는 창립기념행사를 열기로 해 부러움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네트워트 장비전문업체인 ㈜코어세스(대표 하정율)는 오는26일 오후 5시부터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지휘자 금난새씨가 이끄는 72인조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창립 5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지난해 극심한 IT업계의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직원 250명인 이 업체는 매출 3천억원을 올려 전년 대비 12배 가량의 매출신장을 기록함으로써 화제가 됐었다.

최근에는 벤처업계의 상징적인 건물중 하나인 메디슨 벤처타운을 310억원에 인수, 불황에 빠진 네트워크 장비업계에서 유독 잘 나가는 업체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코어세스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일해준 직원들의 노고와 가족들의 내조에 감사하는 뜻에서 마련한 행사"라며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문화행사를 자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한 화려한 창립기념행사에 지난해 극심한 불황에 시달린 동종업체들은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다.

내수포화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불어닥친 경기침체의 여파 때문에 업계 전체가가쁜숨을 내쉬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잘 나갈수록 동종업체들의 어려움을 다소나마헤아려주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는게 동종업계의 반응이다.

G업체 관계자는 "수익이 기업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기준이지만 다른 업체들이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특급호텔에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한 것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D업체 관계자도 "대기업에서도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창립기념행사를 가진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용문제를 떠나서 중견업체로서의 이미지에 걸맞게 처신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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