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곧 풀릴 것” … 세계는 중소형주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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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코스닥지수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비틀대는 코스피지수와는 영 딴판이다. 코스닥지수는 14일 전날보다 3.85포인트 오른 553.58에 거래를 마치며 3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 연말 대비 상승률이 11.5%에 이른다.

 코스닥 같은 ‘중소·벤처 주식시장’의 강세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일본·중국 할 것 없이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올 들어 13일(현지시간)까지 S&P500지수가 9% 오를 동안 S&P600소형주(스몰캡)지수는 10.4% 상승했다. 일본과 중국에선 중소형주의 약진이 더 두드러졌다. 코스닥과 성격이 비슷한 일본 자스닥지수는 올해 34.2% 뛰었다. 닛케이225지수(18.3%)보다 훨씬 큰 폭의 상승률이다. 중국에선 상하이지수가 지난해 말 대비 하락했음에도 중소·벤처 위주의 차이넥스트지수는 16.8% 솟았다.

 이쯤이면 중소형주 강세는 ‘글로벌 트렌드’라 할 만하다. 동양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중소형주 선호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을 여건이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과거 전 세계적으로 중소형주가 강세였을 때에 비추어 내린 결론이다. 중소형주 랠리의 요건은 경기가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주식시장의 ‘위험지수’는 낮아지는 것이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바로 지금이 그렇다. 하반기 글로벌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지리란 것은 거의 이견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최근 4개월째 고개를 계속 들고 있다. 여기에 주식시장의 출렁거림을 나타내는 위험지수는 뚝 떨어진 상태다. 최근 들어 주가지수가 요동치지 않고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이런 여건은 올 하반기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중소형주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소형주를 찾아 한국 코스닥에까지 들어왔다. 지난달에만 코스닥 시장에서 34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04년 4월(7230억원) 이후 약 7년 만의 순매수 최고치다. 이달 들어서는 ‘바이(buy) 코스닥’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보름이 채 안 된 13일까지 2530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에 더해 국내 기관까지 코스닥 매수에 가세한 상황이다.

 코스닥지수가 많이 올랐지만 아직은 ‘과열론’이 소수 의견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쪽이 많다. 금융위기 전과 비교하면 ‘올랐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여서다. 금융위기 직전 최고치인 2007년 7월의 828.22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못 미친다. 조정을 받더라도 추가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새 정부가 곧 중견·중소기업 육성 종합 대책을 내놓으리란 기대감 또한 도사리고 있다.

 “오를 것”이 다수지만 종목 선택은 조심스럽다. 코스닥 개별 종목 변동성이 워낙 심해서다. ‘곧 발표될 정책과 관련 있다’는 소문에 샀다가 정작 발표에서 빠지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외국인들도 코스닥 시장에서 종목 고르기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많이 사는 것은 셀트리온·파트론 같은 ‘코스닥 안에서의 대형주’들이다. 한국투자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코스닥 대표주로 이뤄진 인덱스 펀드를 사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책”이라고 말했다. 이런 펀드로는 KB자산운용의 ‘KStar코스닥엘리트30 상장지수’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코스닥스타 상장지수’펀드 등이 있다. 이들 펀드는 올 들어 11~12% 수익을 내고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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