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년 그들 … 록도 이렇게 착할 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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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년을 맞은 4인조 그룹 본 조비. 왼쪽부터 리치 샘보라(기타), 티코 토레스(드럼), 존 본 조비(보컬·리듬기타), 데이비드 브라이언(키보드). [사진 유니버셜뮤직]

록그룹 본 조비가 돌아왔다. 3년 여 만에 12집 앨범 ‘What about now(사진)’를 발표했다. 멤버 넷 모두 벌써 50대를 넘어선 나이다. 그들의 새 앨범 소식에 30~40대 여성팬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한국에서 본 조비가 하나의 현상이 됐던 게 1994년 첫 베스트 앨범 ‘Cross Road’에 실린 ‘Always’가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였다. 거친 록 사운드, 본 조비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부르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사막에 핀 장미라도 되는 듯 당시 많은 여성 팬들을 끌어당겼다.

 록은 아직은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때였다. 그 때문에 본 조비를 향한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그게 록이냐?”

 어쩌면 그건 록이나 메탈마저 여성들에게 뺏기고 싶지 않다는 남자들의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록이네 아니네 하던 본 조비는 83년 데뷔 이래 지금까지 살아남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록밴드가 됐다.

 음악 칼럼니스트 원용민씨가 음반 속지에 썼듯 “이기는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경우”다.

 본 조비는 애초에 “나 비뚤어질 테야”라며 내달리던 그룹이 아니었다. ‘Keep the faith(믿음을 가져)’라 노래하던 이 ‘범생이’들이 나이 들면서 더 건전해진 모양새다. 새 앨범 첫 트랙 제목부터 ‘Because we can(우리는 할 수 있으니까)’이다.

 또한 8번 ‘Army of One’의 후렴구는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마)’다. 삶에 대한 착한 긍정이다. 타이틀곡 ‘What about now’에선 ‘무릎 툭툭 털고 일어나/상처를 두려워마’라 주문한다. 이만하면 본 조비를 좋아하다 엄마가 된 여성 팬들이 어찌 자녀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겠는가.

 앨범 재킷은 국방색이다. 총 대신 기타를 든 병사, 커다란 하트가 장착된 칼, 붕대 감는 손의 이미지가 중첩돼 있다. 스마트폰에서 본 조비 앱을 다운받아 재킷 커버를 비춘 뒤 증강현실(AR)을 적용하면 이 위장색에 숨어 있던 멤버들이 걸어 나오며 노래를 부른다. 이 전쟁 같은 세상에 음악과 사랑이 있다는 걸 잊지 말라는 당부처럼 다가온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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