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와 섞어먹는 술, 희안한 맛에 매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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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걷기 전도사’로 불리는 조웅래 회장이 자신이 조성한 대전 계족산 황톳길에 맨발로 섰다. [중앙포토]

“국내 주류 시장은 녹색병·갈색병에 비슷비슷한 맛의 소주·맥주 위주다. 부어라 마셔라 취할 때까지 먹는 음주 문화를 바꿔 보겠다.”

 컬러링업체 ‘5425’의 벤처 사업가로 출발해 소주회사 선양의 오너이면서도 ‘맨발 걷기’를 퍼뜨리는 조웅래(53) 회장이 이번엔 “국내 음주 문화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조 회장은 단돈 2000만원으로 1992년 휴대전화 벨소리 업체 ‘5425’를 설립해 벤처 성공 신화를 쓴 인물. 2004년 대전·충남 지역 소주회사 선양을 인수해 주류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06년 대전시 장동 계족산에 14.5㎞짜리 황톳길을 조성하고, 주류 회사이면서도 맨발 걷기 등 ‘에코힐링’을 표방하는 역발상 경영으로 화제를 모아 왔다.

 그런 조 회장이 13일 국내 첫 칵테일 전용술 ‘맥키스’를 내놓았다. 선양 인수 후 처음으로 전국 상권에 출시한 신제품이다. 커피나 주스, 탄산음료, 콜라, 심지어는 우유와도 섞어 칵테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술이다. 15년 숙성한 보리주정 원액을 블렌딩해 알콜도수 21도로 만들었다. 조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슷비슷한 제품 경쟁에서 탈피해 새로운 음주 문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차원”이라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맥키스는 연구·개발에 2년, 국내외 소비자 테스트 3년 등 5년여에 걸쳐 약 20억원을 들였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믹싱 칵테일 술’이란 개념은 5년 전 잡았지만, 어느 음료와 섞어도 투명한 맛을 내는 중성적인 술을 만드는 게 어려웠다고 한다. 산소공법 소주 ‘O2린’과 국내 최저도 소주 ‘O2버지니아’를 만들 때 쓴 ‘산소용존공법’을 활용해 깨끗한 맛을 내는 데 주력했다. 처음엔 칵테일 문화가 우리보다 발달한 외국에서 먼저 출시하기로 하고, 중국·일본·우즈베키스탄·세이셸 등에서 소비자 테스트를 해 호평을 받았지만 유통망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고심했다. 조 회장은 “하지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시고 취하는 술’보다는 ‘재미있는 술, 내 입맛에 맛는 음료 같은 술’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국내 시장에 먼저 내놓기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드카·럼·진·데킬라 등 칵테일 베이스로 쓰이는 수입 주류 수입량이 크게 늘고 있어 수입 대체효과도 노렸다.

그가 폭탄주 문화를 바꾸겠다며 출시한 칵테일 전용술 ‘맥키스’.

 소주 회사지만 마케팅은 ‘벤처’ 방식으로 한다. 제품 패키지와 기획에는 제일기획이 참여했다. 개그맨 신동엽을 모델로 맥키스로 칵테일 만드는 법을 유튜브에 올렸다. 신동엽 동영상은 2주 만에 조회수 26만 건을 돌파했다. 조 회장은 “새로운 주류 문화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퍼뜨려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조성한 황톳길은 건강에 좋고 힐링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퍼져 충남 아산 신정호(1㎞), 대덕연구단지 내 숲황톳길(2.5㎞), 아상 용곡공원(2.5㎞) 등으로 번져 나갔다. 힐링 문화가 회사의 마케팅에도 도움이 돼 선양을 인수했던 2004년 충청 지역 소주시장 점유율은 40%대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60%를 넘어섰다. 소주로는 드물게 여성 모델을 쓰지 않고, 2006년 이후엔 광고 비용도 30%가량 줄였는데도 얻은 성과다.

 조 회장은 “3년 이상 보고 주류 문화를 바꾸는 데 계속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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