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수선 안 되는 유니클로·자라·망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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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객님, 저희 브랜드는 AS(사후 서비스) 센터가 없어서 수선이 안 됩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글로벌 SPA(기획·생산자가 유통·판매까지 하는 패션 브랜드) 업체들이 정작 사후 서비스는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사는 박모(31·여)씨는 “눈길에 넘어져 구입한 지 2주밖에 안 된 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찢어졌다”며 유니클로 매장을 찾았다. 하지만 “공식 AS센터가 없어서 수선이 불가능하다”는 직원의 말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박씨는 “유니클로처럼 매장이 많은 브랜드에 수선 센터가 없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모(27·여)씨는 갭에서 약 20만원 하는 트렌치코트를 구입했는데 한 달 만에 팔 부분이 일부 뜯어졌다. 김씨는 갭 매장을 찾았지만 “백화점 수선실에 대신 맡겨드릴 수 있지만 비용은 고객님이 부담하셔야 한다”는 말에 그냥 돌아와 동네 수선집에 맡겼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12일 “갭·망고·H&M·유니클로·자라 등 글로벌 SPA 브랜드 중 수선 서비스를 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며 소비자 불편 사례를 공개했다. 본지 취재 결과 갭·유니클로·자라의 경우 매장 인근 수선실에 고객 대신 수선할 옷을 맡기고 찾아다 주는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수선 비용은 고객이 개인적으로 수선실에 찾아가 맡길 때와 같다. 다만 “주머니 안감을 겉감 수선에 사용하면 된다” “지퍼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좋다” 등 제품 특성에 따른 수선 방법 안내를 브랜드에서 고객과 수선실에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망고와 H&M의 경우는 수선을 대신 맡겨주는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리서치는 “외부 수선실에 맡기는 방침을 갖고 있는 브랜드도 실제 매장에서는 안내가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매장에 직접 수선을 문의해 봤더니 유니클로는 매장 3곳이 모두 “수선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자라는 3곳 중 2곳만 인근 수선실을 안내했다는 것이다. 한 글로벌 SPA 브랜드 관계자는 “수선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자체 AS 센터를 운영할 경우 비용이 증가해 재킷을 2만~3만원대에 파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SPA 브랜드는 상당수가 자체적으로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과실로 의류가 손상된 경우에도 무상으로 수선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선 서비스를 하지 않는 에잇세컨즈는 “고객상담실을 통해 불만을 접수하고 교환·환불 서비스를 일반 브랜드보다도 폭넓게 실시해 수선센터 운영을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컨슈머리서치는 “SPA 브랜드는 저렴한 가격에 가볍게 한 철 입고 버리는 일회용 패션이라는 인식에 AS마저 부실해 ‘패션 쓰레기’ 양산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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