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의 국회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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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는 오늘 예결위를 구성했으며 총규모 1천6백43억원에 달하는 새해 예산안을 각상위와 예결위에서 병행심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예산안의 법정성립기일이 오는 12월1일까지이므로 방대한 새해 예산안을 면밀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는 없을 것 같이 보이며, 그 때문에 국회의 예산심의는 조잡하고 형식적인 것으로 그칠 염려가 없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시일이 촉박하더라도 새해 예산안에 포용되어 있는 기본적 결함을 시정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아니 될 것이므로 국회는 당리당략에 급급함이 없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중요정책을 중점적으로 심사하는 입양에서 낭비없는 예산심의를 해주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새해 예산안의 규모는 1천6백43억원으로 올해의 예산규모보다 불과 2백10억원 정도 밖에 증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산규모 팽창율은 본 예산안에 관한 한 크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규모팽창율이 반복되는 추경예산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오히려 불성실한 예산안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할 것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과거와 같이 본예산을 소극적으로 편성하여 적당히 넘기고 추경예산으로 예산상의 결함을 메워가는 타성을 허용하지 않도록 하는 예산편성의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예산심의가 되어 주어야 하겠다.
다음으로 새해에는 조세수입증가율이 49%에 달하고 있으며 전매익금증가가 20%, 재정차관증가가 92%나 되고있다. 이중 조세수입증가와 전매익금증가는 실질 국민부담의 증가를 뜻하는데 경제개발5개년 계획상 내년도의 실질소득 성장율은 7%이므로 나머지 40여%는 물가상승과 행정력 강화에 의한 세수증가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새해에는 조세부담의 불공평성이 증가하거나 또는 부당한 징세행위가 자주 일어날 소지가 크게 있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예산심의과정에서 보장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째 새해 예산안의 세출내용은 제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과 모순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재정투융자외 기대규모가 계획이 요청하는 규모를 훨씬 하회하고 있는 대신 정부소비만이 부당히 팽창되도록 책정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즉 예산규모팽창의 88%를 정부소비증가에 배분시키고 재정투융자증가는 10여%밖에 배정하지 않음으로써 개발예산이 아니라 소비예산으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중심의 예산안이 되도록 만든 요인은 쓸데없는 정부기구의 확대와 봉급인상 및 선거와 관련성이 짙다고 보이는 지방교부세율의 대폭적인 인상 등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이러한 정부소비확대가 과연 개발도상의 현 정책을 위해서 필요하고도 소망스러운 것이냐 하는 점을 국회가 근본적으로 검토해 주어야 할 것이다.
네째 새해 예산안은 형식상 균형예산으로서 안정적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본예산에 계상되어야 할 성질의 자금이 차입이나 국고채무부담행위로 위장되어있다는 흠이 없지 않음을 주시해 주질 바란다.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이나 주요물자비축기금이 차입으로 계상되었기 때문에 내년도의 통화금융정세는 상당한 불안정요인이 개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러한 불안정요인을 합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예산상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기 바라는 것이다.
다섯째 외자도입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며 정부로서의 통일된 의사를 확인해주길 바란다. 현재의 통화금융정세는 차관강행으로 악화일로에 있으며 그 때문에 「인플레나」나 외환의 평가절하까지 일부에서 염려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며 이에 대한 정책적 입장이 당국자간에도 상충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예산심의과정에서 외자도입정책에 대한 명백하고도 일관성이 있으며 우리의 경제실정에 알맞는 입장을 확인하고 견제할 필요성이 있을 것임을 강조하고자한다.
끝으로 철도요금·수도요금 등 관영요금이나 관허요금 인상이 획책되고 있음에 비추어 특별회계의 건전한 운영을 보장할 수 있는 어떤 대책이 강구되어야할 것이다. 현재의 관영사업이나 국책기업의 경영상태는 불건전한 점이 허다하며 이러한 허점을 호도시키기 위해서 해마다 요금인상을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음을 주목해주길 바란다.
위의 몇 가지 점은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되는 사항이므로 중점적으로 심의해 주기를 바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내년도 경제운영을 가능한한 견실히 해 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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