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임축제 두 달 앞두고 내홍 … 유진규예술감독 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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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대표축제인 마임축제의 개최 장소 논란이 유진규(사진) 예술감독의 사의 표명으로 이어지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유씨는 1989년 축제를 만들 때부터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을 맡아 축제를 가꿔 온 당사자다. 유씨의 예술감독 사의 표명으로 25년 역사의 춘천마임축제가 기로에 서게 됐다.

 유씨는 지난 7일 오후 축제극장 몸짓에서 열린 춘천마임축제 이사회 임시회의에서 예술감독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인 ‘미친금요일’과 ‘도깨비난장’의 개최지를 남이섬으로 정한 운영위원회의 안을 심의하는 자리였다. 운영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의 개최 장소였던 위도, 어린이회관 등이 각종 개발사업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를 검토하다 이곳의 실내시설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개최지를 남이섬으로 정했다. 그러자 남이섬은 선착장이 경기도 가평에 있고 춘천시와 30분 거리여서 축제를 통한 경제적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역사회의 우려가 제기됐다. 춘천시는 송암동 스포츠타운 일대나 춘천 캠프페이지 야외부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운영위원회는 소음 문제 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7일 임시회의에서 개최 장소에 대해 논의했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마임축제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것이냐, 독특한 콘텐트의 예술축제냐는 정체성 논란도 제기됐다. 이런 과정에서 유씨는 더 이상 예술감독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밝히고 이사회에 사직서도 냈다. 김진태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춘천의 마임이지 유진규의 마임이냐고 했더니 항의성 사표를 낸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날 이사회는 유씨의 사직서 수리에 대한 논의를 보류했다. 또 메인 프로그램의 개최 장소 결정도 보류했다. 이사회는 조만간 다시 임시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축제 개막(5월 19일)을 두 달여 앞두고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어서 축제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춘천마임축제는 5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축제에 선정되는 등 영국의 런던마임축제, 프랑스 미모스마임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로 꼽힌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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