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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서의 탈피가 근대화 아니다|역사에서 교훈얻어 새로운 매념창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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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국대 개교60주년 기념대회가 「한국근대화의 이념과 방향」을 주제로(1∼4일·건설회관) 열렸다.

<민주주의 정착 안돼>
정치적인 면에서 근대화를 문제삼은 4일의 「심포지엄」에서 차기벽교수(성대)는 정치체제의 개혁과 이념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는 주체적 선택이 아닌 객관적 상황 때문에 도입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그것이 의거할 사회·경제적 기반이 없어 정착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기반을 확장시켜야하는데 제구실 못하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가지고는 그러한 기반을 구축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것을 해결하는 길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보다 현실에 맞도록 수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후진국의 민주화는 독창적인 이념을 가지고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인위적으로 꾀하며 산업화 국민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수행하자면 새로운 지도세력이 형성돼야 한다.
이 참된 근대화의 「엘리트」는 한국의 현실에서 볼 때 지식층에서 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민의를 예민하게 정치과정에 반영시키기 위해서 선거제도, 이익집단및 정당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자 농민의 단체,각종 전문직 단체와 같은 이익집단의 정상적 발전 없이는 참된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없다. 정당은 가입의 문호를 보다 넓게 개방하는 동시에 반공이념이 투철한 혁신정당이라면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후진국은 보수-혁신정당제라야 근대화에 박차가 가해질 수 있다.
민주주의의 토착화 즉 정치체제 개혁을 위한 이념은 민족주의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후진지역의 민족주의는 처음에는 민족의식을 각성시키는 문학적 민족주의가 일어나고 그것이 정치적 민족주의로 발전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한다.
독립을 쟁취하게되면 그것은 불가불 경제적 민족주의로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민족주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통일이 불가결하므로 그것은 사회개혁을 통해 국민을 단합시키려는 사회적 민족주의로 되고, 더 나아가 민족적 주체성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다시금 문화적 민족주의로 발전하게 된다. 전통에서의 탈피를 근대화나 발전으로 보는데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서구 선진사회를 「모델」로 삼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요소들은 모두 한국사회의 후진성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통념은 시정돼야 한다. 우리도 과거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전망적으로 새로운 이념을 창조해야한다.
그러한 이념이 국민의 정력을 충동원할 수 있으려면 민족적 전통에 뿌리를 두어야 하므로, 전통문화와 새 문화의 참된 결합이 요청된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그러한 결합된 문학 위에 서야하며 그런 민족주의에 의해서만 민주주의의 토착화가 가능하다.
우리는 토착화를 위한 창의적 실험을 하는데 있어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해방이래 우리는 너무 구미문화만 접해왔고, 그곳의 형식적 제도만을 이상화해온 감이 있다. 좀더 우리와 사정이 유사한 나라나 문화와 접촉함으로씨 우리의 근대화 촉진에 자극제를 얻어야 할 것이다.

<통한 논다원화 경향>
국가· 국민적 이일(내셔널·인터레스트)를 문제삼은 민병기교수(고대)도 국제정치의 다원화가 한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러한 국제적 세력분포 속에서 한국이 추구해야할 국가이익의 개념과 내용을 검토했다.
그는 첫째로 건국당초의 유리한 국제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통한결의안에 대한 지지도가 다원화경향에 따라 감소되어감을 지적했다. 이것은 미국의 압도적 영향력이 통한 결의안에 대한 해석을 한반도에서 유일 합법정부로 뒷받침하던 시기가 지났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공산국가는 물론 대부분의 신생국가들, 심지어는 일본까지도 한·일 기본조약에서 「한반도 전역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론」을 시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로 공산세계에서의 다원화의 추세가 드디어는 북한의 이른바 자주선언으로까지 진전된데서 생긴 사태가 한국 헌법에서 규정한 통일영토 개념에 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내셔널·인터레스트」의 근븐적 요소가 도전 당하고 있음을 밝혀 기본적인 자세와 방향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파병은 안보에 차질>
그리고 기본적 영속적 「내셔널·인터레스트」와 잠정적 가변적 「내셔널·인터레스트」를 정확히 판단 식별하여 합리적인 강구책을 찾아야 한다. 한·일조약의 조인·비준강행과 월남파명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내셔널·인터레스트」를 도모하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했다는 주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에서 동기가 절과를 합리화하지 못한다.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은 것이 국제정치 사회에서의 냉혹한 현실이다.
한·일 조약은 국가적 이익과 이에 종속적인 위치에 있는 이익을 혼동하여 한반도 전역을 영토로 한 전제를 일본이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월남파병은 타국의 이익이 한국의 「내셔널·인터레스트」와 혼동된 경우다. 한국자체의 안전보장문제가 보다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내셔널·인터레스트」의 명목으로 한국의 안전보장에 차질을 초래했다.

<참된 이익 찾아내야>
끝으로 한국의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초국가적 이익, 그럼으로써 추상적인 「이데을로기」의 이익을 진정한 국가적 이익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니 하나는 「유엔」의 이익과의 관계이며, 다른 하나는 「반공」이라는 문제가 그것이다. 「유엔」의 이익이란 어디까지나 하나의 개념이며, 실제에 있어서는 「유엔」의 다수표와 결의를 지배할 수 있는 강대회원국의 이익과 상부하는 것이다.
초국가적 이익으로서의 반공이념은 미·소 냉전 전성기의 「덜레스」정책의 유산으로, 다원화한 오늘의 국제정치에서는 더우기 「내셔널·인터레스트」와 동일시되거나 혼동되어서는 아니될 성질의 것이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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