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쑥대밭 된 농구 코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모비스의 라틀리프가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울산=뉴시스]

‘강동희 폭탄’에 농구계가 쑥대밭이 됐다.

 7일 서울 SK와 울산 모비스의 프로농구 경기가 열린 울산동천체육관. 이날은 매직넘버 1을 남긴 SK가 승리 시 팀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날이었다. 상대는 실낱 같은 역전 우승을 꿈꾸는 2위 모비스였다.

 하지만 프로농구 시즌 최고의 축제를 눈앞에 두고 있던 울산은 초상집으로 변했다.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 검찰이 강동희 동부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트는 충격에 휩싸였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마주한 양 감독의 표정은 침통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국가대표 생활을 오래 함께 하며 정이 많이 든 선배다. 승부조작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착잡하다. 농구팬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스럽다”며 고개를 떨궜다. 워밍업을 하던 SK 주희정도 “강 감독님은 어려서부터 나의 우상이었다. 강 감독님의 플레이 스타일을 배우려 노력했는데,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우승 확정을 대비해 울산을 찾은 SK 직원들도 최고의 순간을 앞둔 들뜬 표정이 아니었다. 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 모비스 직원들 역시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프로배구 승부조작을 취재했던 기자들도 승부조작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울산으로 이동하는 도중 강 감독의 소식을 접한 한선교(새누리당 의원) KBL 총재는 하프타임에 기자들과 만나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지만, 아직 확정 발표가 나온 게 아니다.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지길 바란다. 결론이 나오면 곧바로 대응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 총재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안준호 KBL 경기이사도 “여러 채널을 통해 알아보니 아직 확정은 아니라고 들었다. 지켜보자”고 말을 아꼈다.

 이날 경기는 모비스가 77-70으로 이겼고, SK는 우승 확정을 다음 경기로 미뤘다. 양 팀 선수들은 승부조작 여파를 뒤로 하고 팬들을 위해 코트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경기 후 유재학 감독은 “선수들이 죽기살기로 뛰더라”고 말했다. 모비스 문태영은 이날 감기몸살을 딛고 출전을 강행했다. 발목 부상을 당한 SK 주희정은 의무 트레이너가 만류했지만 계속 뛰겠다며 투혼을 불살랐다.

 미리 보는 챔피언결정전에 대한 기대 때문에 482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모두가 마음껏 환호하진 못했다. 경기장을 찾은 농구팬 김수진씨는 “강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 소식을 접한 뒤라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전주 경기에서는 KGC가 홈팀 KCC를 71-69로 꺾었다.

박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