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영토분쟁, 그 해법?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22일, 일본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날”행사를 개최했다. 다케시마(竹島, 한국명독도)가일본의 영토임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이번 행사에 일본정부가 차관급 인사를 파견한데 대해 한국측은 강력히 항의하고 규탄했다. 일부 한국 자영업자들이 3월1일부터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한다.

이 사건을 봤을 때 10년간 한국에서 살아온 중국인으로서 중일간 불거진 ‘디아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센카쿠열도)’ 문제가 떠올랐다. 최근 중일간은 이 ‘디아오위다오’ 문제 때문에 군사적 대치까지 발생하고 군사충돌도 염려될 정도이며, 중국인들은 대규모의 시위와 동시에 “일제차부수기”,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에서와 같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선도하기도 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정부가 아닌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라 양국정부간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불매운동은 실행할 만하다.

그런데, 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매운동은 언제 어느나라에게나 다 적합하진 않다. 같은 불매운동이지만 중국과 한국의 배경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 봤을 때 중국은 2011년도 기준으로 일본수입품의 총액 1944억달러에 이르며, 무역의존도가 20.35%에 달하는 커다란 손님이다. 통상적으로 수출국기업과 정부가 수입국이란 커다란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수입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상대적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일본무역에 대한 영향력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불매운동이 큰 성과를 보기 힘들수도 있다.

또한 무작정 불매운동을 벌이다가 자칫 잘못하면 자국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현재의 경제는 나라를 넘어 세계화가 되고 있다. 각국의 경제는 서로 얽히고 엉킨다. 일본 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물품을 찾지 못한 채 수입을 거부하면 자국의 제조업과 수출, 그리고 일자리가 심한 타격을 입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단순한 불매운동이 영토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사려된다. 일본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일본정부가 영토문제에 대해 양보할 것 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또한 영토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해결되었다는 사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현재 한국과 일본의 독도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래와 같은4단계로 나눠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사려된다.

우선, 공부한다. “독도는 우리 땅” 같은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내지 일본인을 설득할 수 있는 독도 관련 역사와 이론 등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제3자의 입장인 외국인들은 자국 국민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납득할 만한 충분한 근거와 논리가 없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와 기업, 그리고 국가 기관, 해외공관에서 독도 특강 같은 교육과정을 상설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한국은 2005년 이후 수능시험에서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변경하였는데, 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젊은 세대가 자국의 역사지식에 소홀하게 되었으며, 수능의 국사과목 선택의 비율도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들었다. 취약하기 때문에 없어진다면 한국인의 역사의식도 점점 희미해 져 갈 것이라 생각된다.

두번째로, 상대방의 생각을 미리파악한다. “지피지기 (知己知彼,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싸울 때마다 위태롭지 않다)다의 전력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미리 파악해야 상대방의 잘못된 인식과 사이비지식에 대해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로, 전파한다. 일본사람을 비롯해 전세계로 정확한 지식과 상식을 알리는 것이다. 세계인들이 한국의 이러한 역사적인 전후 사정과 현재의 상황을 인정한다면 일본이 딴소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전파하는 것이 보다 빠르고 경제적이면서 효과적일 수도 있다.

마지막 단계는 군사력을 향상시킨다. 세계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계속 강하게 나온다면 국방건설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군사력을 키우는 것 보다 상대국을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나라가 실력을 보유하고 있으면 다른나라가 쉽게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

영토분쟁해결은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열정과 냉정을 모두 필요로 한다. 인내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하며 견디면 누가 진실인지 누가 거짓인지 밝혀질 것 이다.

왕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wangxue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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