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100원이라도 나오면 책임지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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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희

국가대표 스타 출신의 프로농구 강동희(47) 감독이 승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현역 감독은 원주동부프로미 구단의 강동희 감독”이라며 “관련자의 진술이 확보된 만큼 7일께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혹이 제기된 강 감독은 연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감독의 승부조작 연루 혐의는 스포츠 경기 관련 도박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의정부지검은 전직 스포츠에이전트 관계자인 최모씨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달 28일 구속했다. 검찰은 최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 감독이 지난 2011년 1월에서 2월 중순 사이에 경기 승부를 조작하고 그 대가로 3000여만원을 최씨에게서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로 강 감독에게 돈이 건너간 정황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강 감독이 부적절한 선수교체 등의 방법으로 고의적으로 지는 방향으로 경기흐름을 이끌어 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승부 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게 최씨의 진술 내용이다. 검찰은 이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기간의 경기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최씨가 승부조작을 주도한 제3의 인물과 강동희 감독 사이에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승부조작의 사례금으로 수천만원을 강 감독에게 전달했으며 이 금액의 10%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았다고 진술한 데 따른 것이다. 최씨는 이 돈으로 승부결과를 미리 맞히는 스포츠복권의 일종인 스포츠토토를 구매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승부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의 신원을 확인하고 계좌 추적 등을 통해 구체적 관련성을 캐기로 했다.

 구속된 최씨는 경기인 출신은 아니지만 10여 년 전부터 국내 프로농구 선수 및 코칭 스태프와 친분을 쌓은 뒤 비공식 에이전트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농구인과 친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 인물로 강 감독과 친분이 있다.

 이에 대해 강동희 감독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혀 모르는 이야기다. 황당하다”며 혐의 내용을 일축했다. 그는 비교적 침착한 목소리로 “그런 적 없다.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한 푼이라도 받았으면 책임을 지겠다. 조사해 100원이라도 나오면 내 잘못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며 “일단 나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4일 오후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고 했다. 5일 새벽엔 구단 관계자와 만나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강 감독은 “검찰이 소환하면 가서 조사 받고 혐의가 있으면 벌을 받게 되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최씨에 대해서는 “아는 사이인 것은 맞다. 하지만 왜 나를 지목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조금 더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을 아꼈다. 강 감독은 “검찰 소환 전까지는 향후 일정을 그대로 소화할 계획이다”고 말했지만 5일 오후 5시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팀 훈련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익진·김환·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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