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 해독제 발명권의 안팍|파산에 화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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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의 독자적인 연구로 만들었다』는 약대 교수와 『나의 비방을 훔쳤다』는 제약회사 사장사이에 칼부림이 벌어졌다. 온몸을 칼로맞고 학자로서의 명예를 하루아침에 빼앗긴 이학박사 한관섭씨는 『약을 분석할 경우 같은 성분일 수도 있다』고 해명할뿐 명확한 말은 하지않아 의문을 그대로 남기고 있다.
식도로 박사를 난자하는 단순 상해혐의로 불구속입건, 만 3일동안 행방을 감추고 있는 옥동제약 권재우 사장에게도 적지않은 의문이 남아있다.
문제의 「골인」정을 만들어낸 옥동제약은 작년 5월26일 자본금 46만원으로 설립되었다가 금년 7월14일 기준미달로 인가취소된 회사. 마약중독 해독제 「골인」정에만 의존했다가 「골인」대신 「하일」이 나타나자 옥동제약은 쓰러졌다고.
지난 4월중순 권씨는 「골인」정의 총판권을 김형복이라는 사람에게 30만원을 받고 넘겼다. 이 30만원으로 「골인」정은 한 박사의 임상실험대에 오르게 되었던 것. 이때 한박사는 권씨가 제시한 12종의 원료와 방식에 따라 「골인」을 만들어 쥐에 실험해보니 지통작용이 신통치 않았고 권사장 자신이 만들어온 「골인」으로는 진통작용이 괜찮다는 보고를 권씨에게 보냈다. 이때 한박사는 12종의 원료중 11종이 거짓되었음을 밝혀내고 독자적인 연구에 들어갔다는 것이 한박사의 주장.
지난 6월26일 권씨는 보사부 의약 국장실에서 『진통작용과 인체에 무해무독하다』는 우수성을 강조한 대구시립병원의 보고와 한박사의 보고에 따라 보사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요청했었다. 보사부 약무과장, 권씨, 한박사, 손 옥동제약 상무등이 검토끝에 최종적으로 인체에 대한 실험을 하기로 했다.
지난 7월4일 한박사가 5명에 대해 「골인」정을 실험한 결과 약효는 우수했으나 배가 아프며 설사증세가 나타났다. 이렇게 「골인」정에 대한 실험결과가 판명나자 그때까지 옥동제약의 자본주였던 이호근전무와 손상무가 떨어져나가 권씨는 4백만원의 부채를 걸머지고 이어 곧 제약회사마저 쓰러지는 비운을 빠졌다.
「골인」정에 대한 실험에 뒤어어 이미 한박사는 「하일」정을 만들어 1백명에 대해 실험에 나섰다. 「하일」정은 약효가 우수할 뿐만아니라 인체에 대한 부작용도 전혀 없다는 성공적인 실험결과가 나왔다. 이 전무와 손 상무는 「하일」정의 「메이커」로 등장, 지난 9월14일 상아제약 회사를 만들었다.
한 박사는 「하일」의 원료를 (1)독이 제거된 초오 (2)운모 (3)유황 (4)규산염에서 뽑아낸 무기물질이라고 자신의 비방을 밝혔다.
그리고 『권씨의 비방을 도용한 것이냐』에 대해 『권씨는 「골인」정을 대구서 만들어 왔기 때문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두개의 약을 성분분석하면 전혀 다른지, 같은 것인지에 대해선 미지수』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국민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권씨는 오랫동안 약종상을 한 아버지 권준한씨에게서 그 비방을 얻어 10여년간 연구한 결과 「골인」정을 만든 사실을 측근자는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 한박사가 권씨의 비방을 훔친 것일까? 권씨는 종적을 감추고 자신의 비방을 말하지 않고 있다. 「골인」정과 「하일」정의 성분에 대해 엄격한 과학적 분석만이 해결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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