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아시아의 세기 속 한국과 호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나는 호주 총리 자격으로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 2010년 11월 한국이 주최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이듬해 4월 가평전투 60주년 행사, 그리고 지난해 3월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이 방한 목적이었다. 한국전 당시 호주군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참전 군인들이 적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싸웠던 가평전투 60주년 기념행사에선 지금의 한국이 누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많은 이의 희생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호주는 지난해 치러진 한국의 대선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나는 대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말씀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5년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 한국과 호주는 긴밀하게 공조해 나갈 것이다.

 한국과 호주는 올 1월부터 2년 임기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협력하고 있다. 두 나라는 안보리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북한 문제를 놓고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호주는 한국과 함께 북한의 최근 핵실험을 규탄한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앞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언급한 이유는 이 지역이 급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과 호주는 역내 가장 역동적인 국가이자 비슷한 경제 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일한 가치를 추구한다.

 지난해 10월 나는 호주 총리 자격으로 『아시아 세기 속 호주』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의 경제 및 사회적 변화의 시기를 잘 헤쳐 나가려는 호주의 당찬 포부를 담고 있다. 호주는 오래전부터 아시아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속하는 호주는 한국과 동일한 문제와 기회에 직면해 있다. 중국·인도·일본,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과 동시에 성장의 기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호주가 아시아를 통해 얻는 것만큼 호주도 아시아에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 다문화의 숙련된 노동력, 그리고 생산적이고 개방적인 경제가 그것이다. 따라서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체결은 서로 다른 경제적 강점을 보완하고 양국 경제의 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양국의 소비자 복지도 증진될 것이다. 아울러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을 통한 경제 통합을 기대한다.

 경제적 혜택뿐 아니라 교육· 문화 및 인적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한국과 호주는 2011년 한·호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호 우정의 해를 기념하면서 이러한 교류가 갖는 힘을 실제로 경험하기도 했다.

 양국 간 안보 및 전략적 교류는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한국과 호주 군은 한반도를 포함하는 다양한 지역에서 핵확산 방지를 위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필자는 한·호 2+2회담(외교·국방 장관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제 1차 한·호 2+2회담 개최가 조속히 이루어져 이미 굳건한 양국 간 안보, 전략 및 외교 협력 관계가 더욱더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호주는 아시아 국가와 더욱 긴밀하고 포괄적이며 강력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역내 호주의 외교적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한국은 역내에서 가장 중요한 호주의 파트너다. 향후 호주는 한국 정부와 함께 한·호 전략서 발간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다. 나는 도래하는 아시아의 세기 속에서 한국이 호주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