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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공터·매장을 무대로 꾸미고, 유튜브로 수백만 명에게 생중계

중앙선데이

입력

1 폴크스바겐이 ‘더 비틀’ 신차 발표를 기념해 만든 클럽 형태의 ‘더 비틀 펀 스테이션’. [사진 폴크스바겐] 2 클럽에서 인기를 끄는 독일산 수입 주류 예거마이스터 로고로 장식된 무대. [사진 예거마이스터] 3 지난달 현대백화점의 유플렉스에서 열린 클럽 마케팅의 한 장면. [사진 현대백화점] 4 유튜브로 생중계 된 ‘스미노프 디스트릭트’ 행사의 메인 화면 모습. [사진 구글코리아]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여겨져 온 클럽이 기업과 소비자가 만나는 소통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일부 주류나 뷰티 관련 업체들이 클럽 손님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게 전부였다. 지역도 서울 홍익대 부근으로 한정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가장 빨리 소비자의 트렌드와 요구를 알 수 있는 마케팅 실험실로 한 단계 진일보했다. 클럽 마케팅은 특유의 ‘젊고, 섹시하고, 첨단이라는’ 이미지를 빌려 해당 제품에도 비슷한 이미지를 입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협소한 공간 제약과 20대 전후의 특정된 고객층이 한계로 꼽혀 왔다.

요즘 클럽 마케팅은 작고 협소한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는 단계다. 유튜브나 구글 플러스 같은 IT 기반을 활용한다. 클럽을 방문하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관련 제품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거대 금융회사와 식품·자동차업체처럼 클럽 마케팅과 별로 관련 없던 기업까지 앞다퉈 뛰어든다.

이렇게 세가 확장되면서 ‘클럽=홍대 거리’란 협소한 등식이 조금씩 옅어졌다. 국내 클럽 문화의 시작은 1994년께 홍대 부근이었다. 이제는 서울 강남과 이태원 지역에도 앞다퉈 들어선다. 현재 홍대 인근 클럽 수는 대략 20곳. 홍대 클럽의 특징이 20대 대학생이 주로 찾는 중소형 크기라면 강남 클럽은 상대적으로 대규모다. 비교적 구매력이 있는 30대 젊은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다.

클럽 매니어 인터넷 카페 운영자인 이동기(38)씨는 “홍대 부근에는 작은 클럽이 모여 있지만 강남은 구매력 있는 손님이 많은 덕에 대형 클럽이 많다”며 “입장료에 전적으로 클럽 운영을 기대야 하는 홍대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고업계에선 구매력이 더 강한 강남 지역 클럽들에서 대규모 행사를 더 자주 여는 편이다. 최근 홍대 클럽중 일부가 경영난을 겪는 것도 강남만 한 소비층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이태원에도 클럽이 일부 있다. 이 지역 클럽들은 홍대나 강남과는 달리 음악만 즐기거나 테이블을 두고 와인 등을 파는 다양한 ‘라운지’ 스타일이다. 고객층도 20대 초반인 홍대와 달리 20대 중·후반부터 40대까지의 연령층이 폭넓게 찾는다. 대신 기업의 관심은 강남이나 홍대 지역보다 덜한 편이다.

기업 마케팅 전담 클럽도 생겨
홍대나 강남지역에 있는 클럽들이 특정지역에 업소를 두고 상시 운영되는 형태라면 일회성으로 클럽 마케팅을 위해 기존 장소를 클럽으로 바꾸는 기업까지 생겨난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 현대백화점의 영패션전문관인 유플렉스는 지난달 23일 오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매장 내부를 클럽으로 바꿨다. 청바지로 옷차림(드레스 코드)을 통일한 고객에게 클럽처럼 입장 팔찌를 매달아 주고 음료와 주류를 대접했다. 클럽 분위기가 나도록 밝은 조명을 낮춘 대신 네온사인을 넣어 분위기를 더했다. 백화점 매장이 클럽으로 변신한 것이다. 진행을 위해 홍대 유명 클럽의 DJ를 초청해 자문했다. 이날 행사에는 1000여 명의 고객이 몰렸다. 이 회사의 백두현 과장은 “내수 경기가 좋지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살 땐 아낌없이 쓰는 2030세대의 소비성향에 맞게 클럽 데이를 기획했다”며 “고객 만족뿐 아니라 임직원들도 요즘 젊은 층 트렌드를 학습하는 효과까지 거뒀다”고 말했다.

최근엔 버려진 폐창고나 공터를 일시적으로 클럽처럼 꾸며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개러지(Garage·창고) 파티 전문업체인 블러프(Vluf)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서울 성수동의 대형 창고시설인 대림창고를 빌려 클럽을 꾸몄다. 의류업체와 함께 진행한 행사에 1000여 명의 소비자가 몰렸다. 주류 브랜드인 예거마이스터는 블러프와 함께 올 한 해 동안 세 차례의 이런 파티를 연다. 기존 클럽이 아닌 창고를 개조해 진행된다.

클럽 마케팅을 활용하는 회사도 다양해진다. ‘클럽’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주류회사는 물론 금융·카드 같은 보수적인 업종으로 영역이 넓어지는 추세다. 롯데카드는 이달 2일부터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 가운데 한·일전 일정에 맞춰 서울 논현동의 클럽 옥타곤에서 응원전을 연다. ‘스포트로 무브(MOOV) WBC 한·일 응원전’이라는 행사에 회원 1000명을 초대한다. 응원전에선 인기 가수 공연과 야구 관련 이벤트 등 볼거리가 많다. 회사 측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별도의 입장료 없이 클럽에서 간단한 주류와 춤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 최문석 팀장은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업종 특유의 보수적인 이미지 대신 젊은 이미지로 단장할 수 있어 클럽에서 응원전을 열기로 했다”며 “소비자 반응이 좋아 클럽 행사를 더 많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체도 클럽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국산차보다 수입차가 더 활발하다. 수입차 구매층이 점점 젊어진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0월 독일 폴크스바겐은 ‘더 비틀’ 신차 발표를 기념해 홍대 거리 한복판에 클럽 형태의 ‘더 비틀 펀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이곳에선 차량뿐 아니라 다양한 액세서리와 세계적 미국 기타 브랜드인 펜더(Fender)와의 컬래버레이션(협력) 전시가 이뤄졌다. 또 해리빅버튼·피아·브로큰 발렌타인 같은 홍대 클럽을 대표하는 인디 록밴드의 콘서트도 마련됐다.

이 회사 염혜지 마케팅 차장은 “클럽 행사 덕분에 ‘끝내 줬다’는 입소문까지 덤으로 생겼다”며 “클럽은 3000만원 전후의 중저가 수입차의 마케팅 장소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초고가 수입차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도 지난해 신차 출시 기념행사를 클럽 옥타곤에서 열어 눈길을 끌었다.
 
‘20대 아니면 안 돼’ 금기 깨져
기존 클럽 마케팅은 20대만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으로 분화하는 추세다. 노트북업체인 에이수스(ASUS)가 2011년부터 매년 홍대 클럽 JESS에서 여는 ‘에이수스 다크나이트 랜파티’가 대표적이다.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노트북을 이용해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클럽 내부 곳곳에 에이수스의 신제품을 전시해 실제로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측은 “온라인에서 하는 게임을 오프라인에서도 즐길 수 있는 체험의 장으로 활용한 첫 케이스”라며 “흔히 게임이라고 하면 혼탁한 공기의 PC방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다 동적인 클럽에서 행사를 열었더니 게이머끼리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계층적 세분화도 이뤄진다. 기존 클럽 마케팅이 ‘클럽을 찾은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현재는 ‘○○대 출신, ○○기업 재직자’ 등 좀 더 특화된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는 상설 클럽보다는 클럽 파티 전문 이벤트 회사를 통해 특정 장소를 골라 행사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 청담동의 일부 클럽은 VIP를 위해 내부에 독립된 룸을 따로 만들어 운영한다.

클럽의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자사 제품에 녹이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자전거 제조사인 에이모션은 최근 클럽 파티 기획 브랜드인 ‘헌터스’와 손잡고 제품 디자인에 클럽 이미지를 덧입힐 계획이다. 이 회사 정문위 사장은 “헌터스의 거칠고 와일드한 이미지를 자전거에 반영하면 젊은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먹힐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IT 날개 달아 대형 마케팅으로
구글이 보유한 유튜브나 구글 행아웃 기능(다자간 화상채팅) 같은 최첨단 IT를 활용해 클럽 마케팅의 효과를 키우는 기업도 나온다. 유튜브로 행사가 진행 중인 클럽 현장을 생중계해 소비자가 꼭 클럽에 가지 않아도 분위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드카업체인 스미노프코리아는 지난해 6, 8월 홍대와 이태원의 몇몇 인기클럽을 골라 ‘스미노프 디스트릭트(구역)’로 지정하고 불특정고객에게 음악과 춤을 곁들인 시음행사를 했다. 당시 인기 개그그룹 ‘용감한 녀석들’이 행사 사회를 맡고 게릴라 오디션도 곁들였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동영상 누적 조회 수는 183만 건을 넘겼다. 구글코리아 측은 “당시 구글 행아웃 등 채팅을 통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유튜브 속 생중계 내용을 알린 게 큰 효과를 봤다”며 “클럽이란 협소한 공간적인 한계를 IT로 뛰어넘어 183만 명에게 행사 내용을 알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수기 기자·강신우 인턴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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