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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들 ‘불성실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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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준호
경제부문 기자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선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28일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선 민주통합당 유인태 의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이어갔다.

 “자료는 이틀 전에는 보내게 돼 있는데 어제 저녁 때 보냈다. 이렇게 부실한 자료를 그렇게 늦게 보냈다. 보좌진이 청문회 때 ‘대충 입 다물고 있으라’고 했나?”

 “이명박 대통령이 불통으로 유명했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정부조직표를 만들 때 여의도를 소외시켰다. 그 정부 장관이라고 여기와는 담 쌓으려고 하나?”

 윤 후보자가 대답할 수 있는 말이라곤 “그런 건 아니다. 앞으로 자료를 충실히 준비하겠다”가 전부였다. 이날 다른 인사청문회가 열린 교과위와 법사위에서도 “앞으로 잘하겠다”와 같은 장관 후보자들의 맥 빠진 답이 되풀이됐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하루뿐이다. 국회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낸다고 할지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이다. 의혹은 많지만, 해소되는 것은 없다. 근엄한 표정으로 핏대를 올리던 야당 의원들도 청문회 날짜만 지나가면 할 일 다한 것처럼 행동한다. 2000년 인사청문회제도 도입 이후 반복되는 패턴이다.

 부실 청문회의 진짜 모습은 ‘링 밖’에서 볼 수 있다. 후보자들이 국회에 제출하는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엔 국회가 요청한 후보자의 이력과 재산, 병역사항, 가족관계 등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들어 있다. 그 속엔 부실한 기록이나 엉터리 같은 내용도 많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이력서엔 해외연수 파견 기간이 빠져 있다. 배우자의 초본엔 결혼 1년 전 남편과 같이 시아주버니의 집에 전입한 것으로 돼 있다. 기자가 경위를 묻자 “동사무소의 행정착오”라고만 해명했다. 퇴직 후 무역협회 근무 때 2억원 이상 받은 연봉을 8000여만원으로 축소 신고했다.

 천안함 애도기간에 골프를 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함께 라운드한 인사들의 명단을 알려달라는 의원실의 자료 제출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그러니 동반한 이들이 혹시 방산업체 사람들이 아니었느냐는 의혹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를 상대로 ‘살살 좀 해달라’는 막후 로비도 펼쳐진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책임장관제를 표방하고 있다. 장관이 해당 부처의 인사와 정책을 실질적으로 책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청문회만 놓고 본다면 책임장관 후보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무책임’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최 준 호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