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문 기자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선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28일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선 민주통합당 유인태 의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이어갔다.
“자료는 이틀 전에는 보내게 돼 있는데 어제 저녁 때 보냈다. 이렇게 부실한 자료를 그렇게 늦게 보냈다. 보좌진이 청문회 때 ‘대충 입 다물고 있으라’고 했나?”
“이명박 대통령이 불통으로 유명했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정부조직표를 만들 때 여의도를 소외시켰다. 그 정부 장관이라고 여기와는 담 쌓으려고 하나?”
윤 후보자가 대답할 수 있는 말이라곤 “그런 건 아니다. 앞으로 자료를 충실히 준비하겠다”가 전부였다. 이날 다른 인사청문회가 열린 교과위와 법사위에서도 “앞으로 잘하겠다”와 같은 장관 후보자들의 맥 빠진 답이 되풀이됐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하루뿐이다. 국회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낸다고 할지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이다. 의혹은 많지만, 해소되는 것은 없다. 근엄한 표정으로 핏대를 올리던 야당 의원들도 청문회 날짜만 지나가면 할 일 다한 것처럼 행동한다. 2000년 인사청문회제도 도입 이후 반복되는 패턴이다.
부실 청문회의 진짜 모습은 ‘링 밖’에서 볼 수 있다. 후보자들이 국회에 제출하는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엔 국회가 요청한 후보자의 이력과 재산, 병역사항, 가족관계 등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들어 있다. 그 속엔 부실한 기록이나 엉터리 같은 내용도 많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이력서엔 해외연수 파견 기간이 빠져 있다. 배우자의 초본엔 결혼 1년 전 남편과 같이 시아주버니의 집에 전입한 것으로 돼 있다. 기자가 경위를 묻자 “동사무소의 행정착오”라고만 해명했다. 퇴직 후 무역협회 근무 때 2억원 이상 받은 연봉을 8000여만원으로 축소 신고했다.
천안함 애도기간에 골프를 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함께 라운드한 인사들의 명단을 알려달라는 의원실의 자료 제출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그러니 동반한 이들이 혹시 방산업체 사람들이 아니었느냐는 의혹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를 상대로 ‘살살 좀 해달라’는 막후 로비도 펼쳐진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책임장관제를 표방하고 있다. 장관이 해당 부처의 인사와 정책을 실질적으로 책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청문회만 놓고 본다면 책임장관 후보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무책임’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최 준 호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