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공무원 90%에 성과금…시민단체 "임금만 올린 꼴"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지난해 처음 도입한 공무원성과상여금제(연간 5천억원)를 올해부터 확대 실시키로 하자시민단체들과 일선 공무원들이 당초 성과금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전체 국가.지방 공무원 80여만명의 90%에게 성과금을 주기로 했다. 수혜 비율이 지난해(70%)보다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본래 성과금의 취지는 일 잘하는 소수의 공무원을 골라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공무원 봉급 인상을 위해 편법을 동원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수혜 당사자인 공무원들도 "잘 하는 사람에 대해 인센티브로 작용해야 할 성과금이 오히려 대다수에게 지급되다보니 이를 받지 못하는 10%는 진짜 '무능력자'로 찍혀 위화감을 더욱 조장할 우려가 크다"며 전면 손질을 요구하고 있다.

◇ 운영 실태 및 반발=지난해 전체 직원의 70%인 1만9백여명에게 69억원의 성과금을 지급한 서울시의 경우 성과금을 받지 못한 30%의 직원들에게 돈을 골고루 나눠주거나 회식비로 쓴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부서는 정원 30명 가운데 9명이 성과금을 받지 못해 평가기준 등을 둘러싼 시비가 일자 성과금을 다시 거둬 나눠가졌다. 金모(45.7급)씨는 "평가기준을 납득할 수 없었다"며 "또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공무원직장협의회(회장 李熙世)도 3일 "직원들간 위화감 조성 등의 부작용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커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나 중앙부처보다 살림살이가 빠듯한 지방의 자치단체들일수록 성과금 배분문제가 심각하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 2백32개 시.군.구 가운데 경기도 오산시, 경남 창원.마산시 등 7곳은 직원들에게 성과금을 주지 못했다.

교원의 경우 이미 지난해 3~4단계 차등을 두어 전원에게 지급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차등지급 기준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이경희 대변인은 "교단의 서열화를 막기위해선 35만 교원에게 성과금을 균등 분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수령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지난해 받은 3백여억원(8만여명)을 거둬놓고 있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 하승창(河勝彰)사무차장은 "열명 중 아홉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세계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나눠먹기로 변질된 제도를 고집하면 공직사회의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 대책=행정개혁시민연합 남궁근(南宮槿.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정책위원장은 "성과금으로 인한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수혜 대상자를 늘린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지급 대상자를 10~30%로 줄이고 지급액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소수정예보다 다수의 사기진작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다만 지급기준을 ▶개인별 차등지급▶부서별 차등지급 후 개인에게 균등배분▶기관별 특수성에 맞춘 지급방식 도입 등으로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양영유.김선하 기자 yangy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