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선 둘러싸고 곽 수석-반대파 갈등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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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첫 민정비서관 인선을 놓고 청와대에서 내부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취재 결과 확인됐다. 민정비서관 자리는 1급이지만 차관급보다 권한이 더 막강하다. 사정 업무와 민심 동향, 검찰 관련 업무 조정 등을 총괄한다.

 27일 청와대와 검찰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민정비서관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낸 이모 부장검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민정수석실에서 내정 통보가 갔다는 거였다. 곽상도 민정수석이 검찰에 재직할 때 그를 지척에서 보좌하는 등 두터운 친분이 작용했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왔다. 현직 검사가 청와대로 가려면 사표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 부장검사는 26일에도 법무부에 사표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장검사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직접 물었더니 스스로 “청와대에서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관련자들이 전하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원래 민정비서관에는 조응천 변호사가,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유모 변호사가 내정됐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곽 수석과는 지난 대선 때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국정원 차장을 지낸 김모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였다. 그런데 검찰 출신인 이들 네 명은 의견 충돌이 잦았다. 결국 검찰 선배(곽 수석과 김 의원)와 후배(조 변호사와 유 변호사) 그룹으로 갈렸다. 곽 수석과 조 변호사, 유 변호사는 모두 대구 출신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곽 수석은 조 변호사 대신 측근인 이 부장검사를 민정비서관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조 변호사는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이 됐다.

 그러나 곽 수석과 생각이 다른 쪽에서 박 대통령에게 “현직 검사를 민정비서관에 임명하는 건 검사의 청와대 파견금지 공약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진언을 하면서 사태가 급변했다. 이 부장검사에 대한 인선은 박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24일 저녁에 취소됐다.

 현재 민정비서관 후보로는 곽 수석이 한때 같이 일했던 후배인 김모 부장검사 등이 거명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실세의 추천을 받고 있는 유 변호사도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청와대 내 물밑 싸움의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이가영·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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