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자회복이 경쟁력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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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 경제가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개장 첫날의 종합주가지수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오르며 힘차게 출발했다.

겨우 하루 지내고 한 해를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연초의 분위기가 지난해에 비해 훨씬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작금의 어려운 현실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사과부터 해야 했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희망과 기대가 큰 한 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 정부나 기업들의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화두도 이런 반전을 담고 있다.

金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경제개혁을 계속 추진하여 세계 일류의 경쟁력을 실현하자"고 다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10년,1백년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기회선점형 기업이 되자"(이건희 삼성 회장)거나 "일등 LG를 달성하자"(구본무 LG회장)는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에서도 '일류'에 대한 집착이 드러난다.

이런 변화는 우리 경제의 자신감 회복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것이다. 최근 제시된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 전망도 낙관적인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전망이 아니라 실제로 경기회복을 이끌어낼 경제주체들의 실천적 노력이다.

특히 '세계 일류 경쟁력'을 실현할 주체인 기업들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중앙일보가 올해 설정한 '업그레이드 코리아(Upgrade Korea)'라는 국가과제의 실현을 위해서도 어느 해보다 치열한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이런 다짐의 실현을 위해 올해 우리 기업들이 무엇보다 투자활력을 되살려줄 것을 기대한다. 기업들의 설비.건설투자와 연구개발(R&D)투자가 골고루, 끈기있게 지속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의 꿈은 결코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위협해온 설비 및 R&D투자의 회복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연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대체로 R&D투자를 늘려잡고 있으나 설비투자는 줄여잡고 있다. 산업은행이 국내 2천2백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5.8% 축소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아직도 많다. 무엇보다 대테러전쟁 이후의 변화와 대선 결과 등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대우자동차 등 구조조정 과제는 이른 시일 안에 매듭지어야 한다. 올해 예정된 주5일 근무제 도입과 집단소송제 등 노사정(勞使政)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설 쟁점들도 복병이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해 일부 여건이 호전된 것도 사실이다. 저금리 추세 속에 법인세 인하와 투자세액 공제 연장 등이 그것이다.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성장까지 각오했던 지난해보다는 여건이 개선된 만큼 기업들의 투자도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투자가 없는 경제에서는 경쟁력도, 일류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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