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도입자재의 내수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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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월중의 수출실적은 8월의 2천12만불 수준에는 이르리라던 예상과는 달리 지난 27일 현재 1천5백12만불로서 그 어떤 애로에 봉착한 감을 주고 있다. 무역업계에서는 외환율의 재조정을 제의하고 있는가하면, 수출용원료기재의 내수전용을 합법화하기 위한 수출진흥법개정안이 거월말일에 국회 상공분위의 의결을 거쳐 국회본회의의 통과를 기다리고있다.
수출용 시설재와 원자재도입에 대한 면세를 비롯해서 수출금융에 대한 우선권부여와 저금리의 적용, 또는 수송비의 할인 등, 수출제일 주의의 정책상 실천을 위한 갖가지의 지원이 조수출액의 비약적 증대를 가져온 반면에, 수출지원에 따르는 국민적 부담이 점대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되어 있는 바와 같다. 수입대체를 위한 외자도입과 수출증대를 의한 원자재도입의 「프리·패스」는 이제 그 기본이 반성되고 있으며 정책상의 전환이 촉구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종래 정부는 수출진흥법 제5조에 의거하여 수출용 원료기재는 수출용에만 그 용도를 국한시켜 왔으며, 그 외의 용도에 유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여 왔다. 그러던 것을 이번의 동법개정에 있어서는 국내사용을 목적으로 할 경우를 자체적으로 법에 규정함으로써 「수출용」과 내수의 한계를 명시하려는 취지인 것 같다. 이는 종래의 사후관리규정만으로써는 그것을 제아무리 엄격히 시행하여도 이의 맹점을 악용하는 업자들의 국내유용을 막을 수 없다는데 착상의 근거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수출용으로 원자재를 도입하고도 그에 대응한 수출을 이행하지 않는 자가 금년들어 이미 26건이나, 적발되었으며, 도입원자재 속에 밀수품을 음폐 도입한 유력한 섬유업체들이 있는가 하면, 1억원대에 이르는 「나일론」사의 유출업자도 있었던 것이다.
개정법안의 내용을 보면 첫째, 「불가항력으로 인해 수출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와 둘째, 「도입원료기재로 제조된 물품이 수출검사법 제10조에 의해서 불합격되었을 경우」, 그리고 수출용 시설재의 경우에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시제품의 생산기간중」, 또는 「관세법 제33조2항(기계설비후 2년경과)의 기간이 지난 때」와 「시설기재의 수입허가조건이 성취되었을 때」에는 내수용으로 원자재나 시설재를 전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불가항력」의 사유는 얼마든지 변의로 해석될 위험이 없지 않을 뿐더러, 「불합격품」 또는「시제품」등은 「로스」육의 기준이 명백한 것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무엇도 얼마든지 역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수전용에 따르는 관세의 추징문제도 관세부과액의 산출기준과 납부시기 등, 관세행정상의 난점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일언이폐지하여 「수출용」의 경우에도 무역자유화율85%를 구가하고있는 지금, 정상품목의 도입에 대해서는 일반수입품목과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돼 재수출을 조건으로 한 담보제공을 시키면 될 것이고, 불표시(금수) 품목의 도입에 있어서는 보세구역내의 작업만을 허용하면 될 터인데 그것이 제대로 안되어 왔다는데 문제는 있다.
물론 관세채권의 확보는 업자에게 그만큼 새로운 부담을 주게 될 것이고, 국내물가는 상승되고 있는데 외환율은 거의 고정되어 있으므로 업계의 반발은 심할 것이다. 그러나 수출용 원자재나 시설재의 내수전용은 국내생산에 치명적인 해독을 끼칠 것이고, 수출용을 빙자한 금수품목의 도입과 그 국내유용이 상역행정을 문란케 하고 특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마련해 줌은 물론, 그것은 수출증대의 본지를 빗나가케 하는 동시에 사회부담의 누적적인 가중을 초래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에 법의 고정도 좋지만 수출증대의 정도를 국내산업보호와의 관련에서 발견토록 정부의 노력이 경주되기를 당부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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