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클래식] 피르스에게 듣는 모짜르트 협주곡 17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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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 공연을 펼치는 마리아 주앙 피르스. [사진 빈체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음악에 심각하게 빠져본 사람이라면 마리아 주앙 피르스(69)의 소나타·협주곡 음반을 피해갈 수 없었을 거다. 좀처럼 한국을 찾지 않아 녹음으로만 듣던 피르스의 모차르트를 들을 수 있게 됐다. 1996년 서울에서 모차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 후 17년 만인 이달 28일과 다음 달 1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 공연한다.

 나이 들수록 모차르트를 연주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어린아이 특유의 단순함으로 해석할 때 이 작곡가의 진가가 나온단 뜻이다. 포르투갈 태생의 피르스만 예외인 듯하다. 언제나 나이와 상관없이 조미료 없는 모차르트를 풀어냈다. 기교를 과시하거나 주관적 해석을 넣지 않기 때문이다. 작곡가가 정해준 빠르기를 벗어나는 법도 없다. 여기에 흐트러짐 없이 단단한 손놀림이 60년 넘게 무대를 지킨 관록을 증명한다.

 이번에는 모차르트가 28세에 작곡한 협주곡 17번을 들려준다. 특히 2악장이 기대되는데, 무심한 듯 태연하게 연주해야 살아나는 모차르트 특유의 슬픔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84세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와 함께 주고받을 노년의 화장기 없는 음악이 기대된다.

 피르스가 포문을 연 3월에는 피아니스트 무대가 이어진다.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에 입상한 손열음(27)은 다음 달 7일 독주회를 연다. 피아니스트들의 ‘필수 과목’인 쇼팽 발라드·스케르초부터 생소한 작곡가 알캉의 작품까지 아울러 연주한다. 스승 김대진(41·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어려서부터 마음먹은 대로 다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절제하는 법부터 가르쳤다”고 했을 정도인 남다른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윤홍천(31)도 다음 달 29일 베토벤·슈만·리스트의 낭만시대 음악을 들려준다. 대형 콩쿠르에 몰려드는 기교파 피아니스트들과 달리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연주자다. 유난히 서정적인 음색이 특징이다. 이번 무대에는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씨가 해설자로 나서 음악가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이해준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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