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프랑스 월드컵 개막식, 최고의 걸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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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연출가 손진책씨가 으뜸으로 꼽았듯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식전 문화행사는 역대 어느 대회 때의 그것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축구의 꿈'이라는 식전행사는 경기장을 정원으로 상정해 비료를 뿌리고 잔디에서 꽃이 돋아나 축구공 모양의 이른바 '축구화'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시적으로 묘사했다. 약 15분간 펼쳐진 이 행사는 세계적인 이벤트 전문업체인 ECA2가 맡았다.

우선 두명의 심판에 의해 축구공이 경기장 한복판에 놓여진다. 이어 다섯명의 어린이들이 경기장에 들어와 이 공을 차지하려 하지만 공은 이리저리 구르며 어린이들을 피한다. 이때 죽마를 탄 다섯명의 거인이 등장하고 그들의 호출에 따라 머리에 잔디를 인 '잔디인간'들이 16개의 조각으로 된 대형 삼각형 천으로 경기장을 뒤덮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환상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는 경기장 곳곳에 있는 25대의 카메라에 잡혀 전 세계로 방영됐다. 대회의 규모나 열기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식전행사를 마친 것은 전날의 전야제와 굳이 중복해서 대형 행사를 치를 필요가 없다는 프랑스 당국의 계획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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