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이봉주, 희망의 임오년을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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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열심히 뛰어야죠"

연말 연시의 든뜬 분위기를 뒤로 한 채 충남 유성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봉달이' 이봉주(31.삼성전자)는 이렇게 담담한 목소리로 임오년 새해 희망을 밝혔다.

올해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해 뜀박질을 시작한 이래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봉주에게 새해에는 여러모로 더욱 의미가 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봉주가 내년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대회는 4월 보스턴마라톤과 9월 부산아시안게임. 아직까지 참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대회 우승자로서 합당한 대우만 해준다면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해 다시 한번 코리아의 위력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각오다.

역시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아시안게임은 한국으로서는 대회 4연패를 노리고 있고 더욱이 안방에서 열리기 때문에 다른 나라 선수에게 절대로 정상을 양보할 수 없는 무대다.

이미 나이가 서른 둘에 접어든만큼 한국최고기록 경신도 이봉주의 새해 소망에서 빠질 수가 없다.

비록 보스턴마라톤이 코스가 어렵고 아시안게임은 기록보다는 순위가 중시되기 때문에 기록 경신의 객관적 환경은 불리하기는 하지만 실력에 관록까지 겸비한 이봉주이기에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처럼 큰 대회가 줄줄이 놓여 있는 이봉주에게 새해에는 개인적으로도 대사(大事)가 기다리고 있다.

7년 넘게 사랑을 가꾸어온 동갑내기 약혼녀 김미순씨와 6월에 화촉을 밝힐 예정인 것. 마라톤 인생뿐 아니라 개인사에도 커다란 전환점이 될 새해 첫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이봉주는 오늘도 어제처럼 묵묵히 새벽 찬바람을 가르며 지켜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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