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 삼성화재 '풍요 속 빈곤'

중앙일보

입력

삼성화재가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국가대표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호화진용을 갖고도 엇박자가 나는 탓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30일 '복병' 상무를 힘겹게 따돌리고 40연승에 1승만을 남겨놓았지만 정작 관심은 언제 제동이 걸릴 것이냐는 데 쏠려 있다.

상무전 후 삼성 신치용 감독조차 "우리가 다른 팀과 비교해 뭐 하나 괜찮은 게 하나도 없다"고 자조섞인 발언을 했다.

슈퍼리그 5연패, 올해 V-리그 전승우승 등 숱한 대기록을 세운 삼성이 왜 이처럼 안팎으로 조급해졌을까?

우선 주포 신진식의 결장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고비 때 어김없이 한방을 꽂는 '해결사' 부재가 전력 불균형으로 직결돼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라이트 김세진이 부활해 공백을 메운다고 하지만 용량은 2세트까지만이고, 김세진의 대타 장병철도 레프트 석진욱과 센터 신선호처럼 기복이 있어 썩 미덥지 못한게 사실이다.

구조적 문제점도 있다.

싹쓸이 스카우트와 만년 우승을 위한 기회 비용으로 3번이나 드래프트에 우선권을 내주는 바람에 최강 전력의 빈 틈을 메워줄 대체멤버, 다시말해 멀리 실전에 써먹을 선수를 뽑지 못했다.

세터 문제가 대표적인데 최태웅은 선배 방지섭이 군에 입대해 홀로 되면서 오히려 감각이 많이 둔해졌다.

새해들어 우리나이로 서른이 된 김세진과 신진식의 은퇴 이후도 삼성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 일단 두 슈퍼스타는 빠르면 3년 안에 창단멤버인 센터 김상우와 동반 은퇴하거나 적어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날 공산이 크다.

그때 과연 삼성이 최강의 전력을 지킬지, 아니면 여자부 9연패 끝에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LG정유의 꼴이 날지는 현재로서는 뚜껑을 열어봐야한다는 게 솔직한 전망이다.

어쩌면 그때야 비로소 감독 능력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있지않겠느냐는 점에서 새해를 맞는 신 감독의 심정은 이래저래 복잡한 것 같다. (목포=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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