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계경제] 세계 최대 유전 슐레이만

중앙일보

입력

'너는 잣나무로 방주 안에 방을 여러 칸 만들고 역청을 안팎에 칠하여라'(창세기 6장 14절)

'싯딤 벌판은 온통 역청 수렁으로 가득 찼는데 소돔왕과 고모라왕이 달아날 때 그들의 군인들 가운데서 일부는 그런 수렁에 빠지고 나머지는 산간 지방으로 달아났다'(창세기 14장 10절)

석유 개발자들이 중동의 석유 매장을 확신하게 된 가장 강력한 근거는 구약성서 창세기. 특히 '노아의 방주'와 '소돔과 고모라' 얘기가 나오는 부분이었다.

19세기 중반 석유 램프는 일반 대중에 확산돼 세계적인 빅 히트 상품으로 등장했다.

등유를 뽑아 팔려는 기업가들 중 중동 지역에 처음 관심을 가진 영국인은 로이터 통신의 창립자인 줄리어스 로이터 남작이었지만 최종 채굴권은 금광 개발로 큰 돈을 번 영국 BP의 창립자 윌리엄 녹스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무려 8년 동안 석유를 채굴했지만 결과는 없었다. 파산 일보 직전까지 간 BP는 결국 사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1908년 1월 페르시아 채굴 책임자 레널즈에게 철수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레널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최종 철수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쉬지 않고 채굴을 계속했다. 4개월 후(5월 26일)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지하에서 시커먼 석유가 솟구쳐 올랐던 것이다. 무려 15m에 이르는 석유기둥은 당시 시추 요원들에게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영국은 흥분의 도가니로 빨려들어갔고 중동은 석유 개발의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중동 석유의 역사가 개막된 것이다.

이재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