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중앙일보 새해특집] 안개 걷히는 세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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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관심사는 침체의 바닥을 언제 찍느냐다.

일단 지난해 9.11 미 테러와 그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던 지구촌 경제가 올해 중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견해가 많다. 그러나 회복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와 같은 2.4%로 보고 있다. 세계은행 전망은 이보다 낮은 1.6%다.

반도체.통신.철강 등 주요 산업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여지가 있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 미국 경기회복이 관건=세계 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해온 미국의 경기회복이 가장 큰 관심거리다. 지난해 12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주택 판매도 늘어나는 등 경기지표가 최근 좋아지고 있어 미국 경제의 회복시점이 다가왔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과거처럼 소비 부진 때문이 아니라 정보기술(IT)분야 등 기업의 과잉투자가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과잉투자의 거품이 가라앉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는 미국 경제가 V자형보다 U자형 곡선을 그리며 느린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일본은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다. 생산.소비가 모두 주춤거리고 있어 경제 전반에서 활기를 찾을 수 없다. 이에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나 한국.중국 등이 반발하고 있다.

유로화 통용을 계기로 경기활성화를 노리고 있는 유로권 경제도 미.일의 동반 침체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독일 경제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고 옛 동.서독간 경제격차도 더 벌어져 올 2분기에나 회복세를 기대하는 형편이다. 소비가 그런대로 받쳐주고 있는 프랑스는 올 1분기까지는 제자리 성장이 예상된다.

◇ 어떤 업종이 좋아질까=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호조여서 혼다.도요타 등은 올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조금(1~6%)높게 잡고 있다.

반도체 경기도 다소 회복될 조짐이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업계 매출이 31% 감소했지만 올해는 6%, 내년에는 2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기업들이 올해 IT관련 지출을 아낄 계획이어서 컴퓨터.통신장비 등 하드웨어 부문 매출이 저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소프트웨어.기술 컨설팅분야 등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기업 수요가 늘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

철강산업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들이 생산설비 감축에 합의했고, 미국.일본 업체들이 제휴.합병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이 결실을 볼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여기에 유럽 등 다른 철강 수출국들이 반발할 경우 감축 합의는 백지화할 가능성도 있다.

◇ 유가는 안정세 지속할 듯=각국은 올해 경기회복의 기본 전제로 유가의 하향 안정세를 꼽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말 카이로 임시 총회에서 하루 1백50만배럴 감산을 합의했지만 급격한 유가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원유 수요가 큰 폭으로 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원유 수요를 지난해에 비해 하루 60만배럴 정도 늘어난 7천6백만배럴로 보고 있다.올해 평균 유가를 미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7.50달러로, 미 에너지안보연구소(ESAI)는 18.49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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