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 CEO들이 말하는 새해 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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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년 말띠해가 밝았다. 활달한 기상과 넘치는 힘을 지닌 말의 해를 맞아 말띠 최고경영자(CEO)들의 포부도 남다르다.

말띠 CEO 진용에는 42년(임오년)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과 유상부 포철 회장에서부터 66년(병오년)생 벤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면면들이 포진해 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상장기업에 등재된 말띠 임원은 모두 3백94명.

어둡고 힘들었던 불황의 터널이 그 끝을 드러내리라는 희망의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새해, 이들 말띠 CEO들이 준마처럼 달리며 한국 경제를 드넓은 희망의 들판으로 이끌기를 기대해 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새해 모토는 '강하면서도 존경받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다.

세계 1등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면서 시장의 신뢰를 받겠다는 포부다. 반도체의 뒤를 이을 21세기형 신사업의 발굴도 당면 과제. 개인적으로는 대외 활동을 늘려갈지도 관심거리.

이 회장은 '이순(耳順.60세)이 되면 바깥 활동을 늘리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포철 유상부 회장은 새해를 긴장 속에서 맞고 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발동 움직임과 초대형업체 간의 합병 등 세계철강업계의 동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유회장은 "말이 인간 발전에 도움을 준 것처럼 기업도 국민과 인류의 행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지론을 편다.

임직원들에게는 "뛰는 말처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라"며 긴축 기조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선동 S-Oil 회장은 원유 정제 시설의 추가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이를 위해 2003년 상반기에 준공될 고유황 벙커C유의 탈황.분해 복합시설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중인 새한의 김영태 회장의 목표는 회사 정상화다. 김회장의 고민은 구미공장 매각 건. 워크아웃 약정대로라면 팔아야 하지만, 주 수익원인 구미공장을 파는 게 회사의 재기에는 악재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LG그룹엔 말띠 경영인들이 유독 많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1조원 매출의 벽을 깬 최영재 LG홈쇼핑 사장은 한층 질 높은 서비스로 정상의 자리를 굳힌다는 계획이고, 이인호 LG애드 사장은 '새 마인드, 새 방식'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최고의 광고대행사를 꿈꾸고 있다.

이문호 LG인화원 부회장도 42년생 말띠 경영인이다.

은행권의 말띠 CEO인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발목을 잡아왔던 현대건설, 하이닉스 문제를 마무리짓고 튼튼하고 알찬 은행으로 거듭나는 것이 새해 희망.

66년생 벤처인들의 꿈도 야무지다. 보안업체인 인젠의 임병동 대표와 인터넷 포털업체인 NHN의 김범수 대표는 올해는 기필코 코스닥에 등록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공격적 마케팅으로 국내외에서 그야말로 '야생마'처럼 질주하겠다는 결의에 차있다.

산업부 biznew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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