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맥락으로 통찰한 中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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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논객 정운영(경기대.경제학) 교수의 신간 『중국 경제 산책』은 인류의 5분의 1이 살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시장경제 실험에 대한 생생한 현장 보고서다. 중앙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이기도 한 저자가 지난 8월 20일부터 20일간 베이징.란저우.청두.충칭.선전.샤먼.상하이.홍콩 등 3만리 대장정을 마치고 쓴 기사를 뼈대로 내용을 대폭 보강한 것이다.

진보적 경제학자 눈에 오버랩된 마오쩌둥.덩샤오핑의 자취와 중국의 미래가 저자 특유의 '삐딱하면서도 품격있는' 글을 통해 독자에게 하나의 상(像) 으로 그려진다.

저자는 책머리에 이 책의 출간을 망설인 이유를 털어놓고 있다.

기자도 비슷한 이유로 이 책의 리뷰를 망설였다. 본지 연재가 끝난 지 얼마 안돼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을 소개하는 경박함이 그 하나요, 저자의 기명칼럼이 실리는 그 섹션에 나란히 기사를 쓰는 민망함이 그 둘이요, 많은 중국 관련 책 중에서 '겨우' 20일간의 현장취재를 토대로 한 책을 권하는 뻔뻔함이 그 셋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수는 책을 냈고 기자는 이를 소개한다.

취재 수첩에 남은 얘기들을 지면 제한 없이 맘껏 털어놓고 싶었고, 현지 취재 이상으로 나름대로 사료를 열심히 뒤지며 글을 썼다는 저자의 진심과 그 결과가 책 곳곳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보며 국내외 모두 야단법석이다. 사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 밝혔듯이 중국에서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근현대사의 맥락 속에서 중국이 어디로 굴러갈 것이냐를 같이 생각해 보기엔 더없이 유용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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