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괴로워' 外 일요TV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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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남자는 괴로워'

남자는 괴로워 (MBC 오후 11시35분)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개그맨''지독한 사랑''인정사정 볼 것 없다'등으로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가고 있는 이명세 감독의 작품이다. 남성을 자본주의 사회의 희생양으로 그린 코미디 영화로, 여기 등장하는 남성들은 죄다 왜소하고 초라하다.

다른 '이명세표 영화'가 그렇듯 그의 '멋 부리는'스타일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마음 편히 즐기기란 쉽지 않다. 뮤지컬과 동화의 양식을 군데군데 끼워넣었다. 1995년 개봉 당시에도 코미디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지지자와 상황 전개가 어지럽다는 비판자가 극명히 나뉘었었다.

과장이 된 뒤 5년간 한번도 그럴 듯한 기획안을 내본 적이 없는 안성기. 술 취하면 '아빠의 청춘'을 부르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학벌 좋고 유능해 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차장 송영창은 의처증이 극심하다.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회사를 누비는 신세대 박상민은 당찬 여선배 김혜수를 짝사랑하지만 구제불능의 마마보이인 그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

10년 동안 대리 자리에 머물러 있는 최종원은 아내에게 성적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늘 찬밥 신세다. 속도 제일주의 사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게 어디 남자뿐이겠는가마는 그래도 왠지 쓴 여운이 남는 영화다. ★★☆

■ KBS1 '바이바이 러브'

바이바이 러브(KBS1 밤 11시25분)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 아빠들이 봐야할 영화다. 데이브(매튜 모딘) .도니(폴 레이저) .빅(랜디 퀘이드) 은 모두 이혼남. 다들 여자친구가 있고 전처와 낳은 아이들을 주말에만 만난다는 점도 똑같다.

빅은 사업을 하느라 워낙 바빠 1년에 세번밖에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다. 어느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햄버거 가게에 모인 세 친구. 하지만 모처럼의 '아빠 되기'는 순조롭지가 않다. 빅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지니언 가로팔로의 코믹 연기가 볼 만하다.

'조지 오브 정글'의 샘 와이즈먼 감독. 1995년작. 원제 Bye bye, love. ★★★

■ EBS '수색자'

수색자(EBS 오후 2시) =서부 영화의 거장 존 포드의 걸작으로, 존 웨인.나탈리 우드 등 추억의 명배우를 만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포드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모뉴먼트 밸리가 다시 배경으로 등장한다.

남북전쟁에 참전해 3년 만에 집에 돌아온 이선(존 웨인) 은 눈 앞에 벌어진 참변에 넋을 잃는다. 가족들은 인디언에게 학살당했고 동생 애런(월터 코이) 의 딸 데비(나탈리 우드) 는 납치됐던 것. 조카를 찾기 위해 수년간 인디언들을 추적한 이선은 그러나 데비가 인디언들의 손에 자라면서 그들에게 동화된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1956년작. 원제 The Search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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