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은행, 속속 파산신청

중앙일보

입력

일본 지방은행들이 부실채권 부담을 이기지 못해 속속 파산을 신청함에 따라 이 나라의 심각한 금융 위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본 중부 지방의 대표적인 은행인 이시카와는 28일 구조조정 노력을 포기하고 금융청에 파산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은행측은 기존의 자산으로는 부실채권 부담을 이겨낼 수 없어 파산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카와 은행은 65개 지점에 모두 709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내년 3월 끝나는 2001회계연도에 240억엔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또다른 지방 군소금융기관 4곳도 이날 구조조정 노력을 포기하고 파산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에키신킨, 나가시마신킨, 우에다쇼고신쿠미 및 료치쿠 신협이다.

그러나 이시카와와 이들 4개 금융기관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계속되며 예금도 보호된다고 당국은 밝혔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대변인은 이들 5개 금융기관에 대해 "특별 대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은 일본은행의 긴급 통화이사회에서 내려졌다.

한편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28일 일본 은행들이 부실채권 부담을 이기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또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은행들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계속 체계적으로 지원해야할 것"이라면서 "3차 공적자금 투입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일본정부가 지난 98년 1조8천억엔, 99년에는 7조5천억엔의 공적자금을 금융기관에 투입했음을 상기시켰다.

무디스는 그러나 "공적자금 추가 투입이 이뤄질 경우 정부가 금융기관 영업에 간섭하는 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대규모 인사, 부채의 추가 출자전환 및 대대적인 감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이어 "내년 3월 종료되는 2001회계연도에 일본의 13개 주요 은행들이 모두 6조4천억엔의 부실채권 대손 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이들의 영업 이익이 3조9천억엔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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