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력 D램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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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http://www.hynix.com)가 주력인 D램 사업 전체를 포기하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대신 비(非)메모리.플래시 메모리.S램 등 D램 이외의 사업은 마이크론 또는 제3의 업체의 도움을 받아 하이닉스가 독자 경영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2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이 3위 하이닉스의 설비.기술을 합칠 경우 1위 삼성전자에 위협적인 경쟁자로 떠오르게 된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회(위원장 신국환)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제휴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최근 미국에서 마이크론과 협상을 벌이고 돌아온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특위에 참석해 "D램 사업을 마이크론에 매각하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졌다"고 보고했다.

특위는 발표문에서 "하이닉스의 반도체 부문 전체를 마이크론과 통합하거나 그 중 D램 사업만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마이크론이 두 방안을 검토한 뒤 내년 1월 중 구체적으로 제안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구상은 그동안 유력하게 점쳐진 합병 또는 지분 맞교환 방식이 아니라 사업의 분리.통합이라는 점에서 새롭다.

특위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D램사업 부문만 통합하는 방안을 마이크론이 선호한다"면서 "이렇게 협상이 성사되면 하이닉스에는 비D램 사업만 남아 지분 참여 등으로 마이크론과 협력하는 형태가 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이런 분리 매각안이 두 회사에 모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애초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뛰어난 메모리 설비.기술을 중시했고, 우리는 경영권과 종업원 고용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었는데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D램 사업은 연간 매출 18억달러로 반도체 사업의 3분의2 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D램 사업 가치(매각대금)를 얼마로 쳐 줄지가 미지수이고, 하이닉스와 채권단의 이해가 엇갈린다는 점이 제휴 성사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홍승일.최현철 기자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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