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거액 배상판결 논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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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전.현직 이사들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의배상판결과 관련, 참여연대가 삼성 이건희회장에 대해 항소를 통해 책임을 묻기로하고 경제5단체와 자유기업원 등은 경영판단에 대한 법적책임에 문제제기를 하는 등판결을 둘러싸고 재계와 시민단체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28일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액주주 22명이 낸 주주대표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받은 삼성 이 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에대해 항소를 통해 끝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 회장과 이 본부장은 이사 취임 이후 98년과 99년 단 한차례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 이사회 참석여부를 책임 추궁의 판단기준으로 삼을경우 이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추궁도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상법상 재벌총수에 대해 사실상 이사제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재벌총수의 이사회 출석여부를 책임소재의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재판부의 형식논리일뿐"이라며 "재벌총수와 구조조정본부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에 불복, 항소를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삼성측은 "이사회에 참석치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참여연대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이날 `삼성전자대표소송 판결에 대한 경제계의 입장'을 내고 "경영의사 결정과정의 위법성 여부는법원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전문적 경영판단 자체를 법원의 심판대상으로 삼는것은 적절치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5단체는 "실패한 경영판단에 대해서도 법적책임을 물을 경우 경영위축이 불가피하고 임원 개개인에게 고액의 배상 책임을 부과할 경우 경영자가 의욕적인 경영활동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사외이사의 선임도 어려워지고 위험한 경영의사 결정에는대부분 반대하거나 결정과정에 아예 참여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외국의 경우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이 확립돼 있다"며 "미국의 경우 대표소송 제기시 이사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소송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 법원에 의견을 제시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원회의 판단은 법원에 의해서도 존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에따라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행 우리나라 대표소송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특히 무제한의 소송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현행제도에 대해서는 충분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기업원도 이날 `삼성전자의 주주대표소송 판결에 대한 입장'을 내고 이번판결로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이 소멸되고 기업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등 경제에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항소심에서는 경제적 상황을 감안한 신중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유기업원은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못했다는 책임을 묻고 있으나 경영자의 판단행위는 그 배경과 과정을 감안하지 않고결과만으로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며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외환위기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했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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