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이라부 텍사스 한식구

중앙일보

입력

텍사스 황야에서 두명의 황색 특급이 만났다.

2000년 4월 5일 LA 다저스와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총을 겨눴던 둘은 이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상대를 향해 힘을 합친다. 황량한 텍사스 마운드를 '약속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28)와 일본 출신의 이라부 히데키(32.사진)가 그 주인공들이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28일(한국시간) 이라부와 빌 퍼시퍼 등 두명의 투수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트리플 A 오클라호마와의 계약이지만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 기량을 점검받은 뒤 메이저리그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7일 엑스포스에서 방출된 이라부는 푸에르토리코 윈터리그에서 뛰고 있다.

1998년 뉴욕 양키스 시절 13승9패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라부는 이후 나태한 생활과 음주 등으로 체중이 늘고 구위가 떨어져 최근 2년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방출 이후 개과천선, 현재 윈터리그에서 4승2패, 방어율 2.32로 재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레인저스의 존 하트 단장은 이라부의 영입으로 스토브리그에서'배드보이스(Bad Boys)'로 불릴 만한 말썽꾸러기들을 모두 끌어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종차별 발언의 존 로커, 심판을 폭행한 칼 에버릿, 관중에게 침을 뱉고 기자에게 주먹을 휘둘렀던 이라부가 모두 하트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받았다. 또 3년 전 상대 투수에게 '발차기' 공격을 했던 박찬호도 '악동(惡童)'의 기질을 갖추고 있다.

마운드의 리더가 된 박찬호에게는 자신의 구위를 가다듬는 것은 물론 이들 배드 보이스들과 어떤 하모니를 이룰 것인가도 중요해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