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의 첫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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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카키」색 제복에 구릿빛 얼굴를 하고 보무도 당당히 형님이 나타나셨다.
입대하신지 무려 반년만에 첫휴가를 오신것이었다. 1등병 계급장이 하도 신기해서 아직 여장을 채 풀지도 않으신 형님을 졸라 군복을 입어 보기도했던 나였다. 고된 훈련의 이야기를 들려주실땐 괜히 가슴을 울렁이면서 머지않아 나도 직접 당해야 할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었다.
○…그러던 형님이 내일 가신단다. 매사에 어떤 개인적인 이유가 통할리없는 군대 일이라 하루쯤 더 쉬어 가시라고 붙잡을 수도 없는 일이라 어머니와 함께 형님 동료들을 위하여 송편을 만들기로 했다. 송편을 만드는 모양이 내가 보기에도 엄마가 만드시는 것보다 멋이 없기로 나는 혼잣말 비슷하게 이렇게 말했다. 『여동생이 하나만 있었어도 송편이 좀 더 맛있을 텐데…』
○…『멀지않아 형수가 들어오게되면 네가 송편같은거 안만들어도 될것이고 까짓 여동생 생각 안해도 될텐데 뭘』- 열심히 송편을 빚던 어머니의 말씀이다. 잡지를 뒤적이고계시던 형님이 빙그레 웃었다.
여동생이 하나라도 있어서 예쁜 송편을 만들었던들 형님 동료들에게는 정말 멋진 첫휴가 선물이 되었을텐데…. <손인덕·20·경남창녕군영산면성내리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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