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내년 경영 키워드 '내실-생존-글로벌'

중앙일보

입력

올해 매출 1백조원에 이익 3조원을 예상하고 있는 LG그룹의 경영 총사령탑인 구본무 회장. 그는 최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토종닭이 낳은 계란을 좋아합니다. 하얀 쌀밥에 달걀을 넣고 간장으로 비벼 먹으면 반찬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그는 "어떤 음식보다 계란밥이 맛있다"면서 "기업도 덩치가 크고 화려하게 보이는 곳보다 이익을 많이 내고 주주와 종업원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회사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LG그룹의 2002년 경영키워드는 '내실경영'이다.

새해를 앞두고 본사가 주요 그룹과 업종별 대표기업 3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이 '내실.가치경영과 수익성 중시'를 내년 경영화두(話頭)로 잡았다.

올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10곳은 '생존과 발전, 재도약'을 선정했다. 외국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7곳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화두로 정했다.

◇ 경영환경에 따라 다른 키워드=테러사태에 따른 승객 감소로 정부의 지원까지 받았던 항공업계는 '재도약과 흑자전환'을 키워드로 내걸었다.

철강경기 침체로 고전했던 포항제철은 '최악에 대비하자'로 정했다. 포철 관계자는 "세계 철강업계는 지금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중"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외국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중공업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해외시장 개척'을 화두로 정했다.

내년에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려는 한화(생명보험사 인수).롯데(소주시장 진출).대림(한전 민영화 참여)은 '신사업 개발'을 목표로 잡았다. 신세계의 '윤리경영 정착'과 삼성전자의 '시나리오 경영'도 눈에 띄었다.

◇ 기술개발 투자는 늘리되 설비투자는 신중=내년 설비투자는 대체로 올 수준을 유지하거나 약간 줄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연구개발(R&D) 투자는 늘리는 곳이 많았다. 삼성은 매출은 올해보다 7조원 늘리지만 투자는 1조8천억원을 줄이기로 했고, LG는 내년에 창출된 현금범위 내에서만 투자할 계획이다. LG전자는 R&D 투자를 올해보다 22% 늘린 1조7천억원으로 잡았다.

SK는 내년 설비투자는 올 수준(3조6천억원)을 유지하되 R&D 투자는 올해보다 25% 늘린 5천억원으로 잡았다.

◇ 미래 주력분야에 투자 집중=현대차는 내년에 투자비의 70% 이상인 1조원 가량을 차세대 환경친화차량과 신모델 개발을 위한 R&D 투자에 쏟는다.

LG전자는 R&D 투자비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이동통신사업에 투자키로 했다. SK는 2002년 그룹의 신 주력사업으로 중국 사업과 생명과학(바이오)사업을 정했다.

제일제당은 조미료 원료인 핵산 등 바이오사업과 골다공증 예방치료제 등 제약 관련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는 내년까지 백화점 18개점, 할인점인 마그넷 38개점을 갖춰 유통 부문에서만 9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김동섭.양선희.김준현 기자don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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