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2001년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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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증시도 막을 내리고 있다. 올 한해 주식.채권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부침(浮沈)이 심했다. 세계 동시불황으로 비틀대던 증시는 9.11 테러사태의 충격으로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듯 했다.

특히 테러사태의 쇼크를 극복하려는 각국의 공격적 금융.재정정책이 오히려 경기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주가는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데 성공했다. 거듭되는 반전과 반전 속에 투자자들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투자자들이 "이제 바닥을 지났으니 내년엔 좋아질 것 같다"는 희망을 얘기하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 다시 밟아본 지수 700=연초 520에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1월말과 5월말 두차례 630안팎에 도달했으나 계속 500근처로 되밀렸다. 특히 9.11테러 사태이후 지수는 460대까지 급락해 투자자들을 깊은 좌절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로 통하는 법인지, 증시는 9월17일 연중최저치를 뒤로 하고 급등행진을 거듭한 끝에 12월7일 드디어 700선을 넘어섰다.16개월만의 일이었다.

현재 지수는 다시 650선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대세상승기로 접어든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대세상승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2001년 가을을 고비로 시장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내년에 투자자들은 올해 보단 편한 마음으로 주식을 매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채권금리 4%대 진입=주식시장이 흔들리는 사이 기관자금은 채권시장으로 속속 몰렸다. 일부 투기적인 매수세까지 가세하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9월말 4.3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초저금리는 국민 경제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쳐 일반인도 보다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됐다.

반면 소형 아파트 시장에 투기바람을 몰고와 서민들을 울리기도 했다. 채권금리는 10월 이후 경기회복 기대감의 영향으로 상승추세로 접어들었다.

◇ 더욱 커진 외국인 파워=증시가 크게 출렁이는 가운데서도 외국인들은 우량주를 꾸준히 사모았다. 그 결과 거래소의 외국인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연초 30%선에서 연말 현재 37%대로 높아졌고, 코스닥의 경우는 5%에서 10%대로 늘었다.

올 한해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투입한 자금은 두 시장을 합해 8조원에 달했다. 이들이 증시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줬으며, 그 영향력 또한 그야말로 막강해졌다. 외국인들이 쥐었다 놓았다 함에 따라 주요 우량주와 주가지수는 속절없이 춤춰야 했다.

◇ 증시를 좌우한 반도체=올해 증시는 반도체 가격 전망에 맞춰 춤을 췄다. 특히 반도체와 관련한 재료가 나올때마다 증시는 크게 출렁댔다.

올해초 주가가 반등할 때는 반도체 경기 조기회복론이 일조했지만, 지난 4~5월의 상승국면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꺾였다. 또 지난 10월이후 외국인은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믿음을 갖고 '바이 코리아'에 나섰다.

◇ 가치주들의 반란=올 한해는 가치주들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조조정을 잘해 기업가치를 높이거나 실적개선의 틀을 마련한 기업들은 전체 장세흐름과 상관없이 그야말로 줄기차게 주가가 올랐다.

연초 2만7천5백원이었던 태평양의 주가가 11만원을 넘어 무려 3백20%나 급등했고, 현대백화점과 현대모비스도 3백%이상 올랐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롯데삼강 등 롯데 3인방과 대한재보험.대구백화점 등도 2백%이상 주가가 뛰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가치주 중심의 옥석 가리기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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