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경제 산 교육장 ‘중고 교복 장터’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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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아름다운가게 월성점. 490여㎡의 널찍한 매장이 온통 교복으로 뒤덮여 있다. 23~24일 열릴 교복 판매행사를 앞두고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교복을 정리해 옷걸이에 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학교별로 색상과 모양이 다양해 교복가게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모두 헌 옷이다. 최근 졸업한 중3과 고3 학생들이 후배를 위해 자신들이 입던 옷을 기증한 것이다. 이 가게의 장용덕(38) 매니저는 “판매할 교복 중에는 새것처럼 깨끗한 게 많다”며 “불경기에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 주는 알뜰장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중고 교복 판매행사가 이어진다. 중·고교 졸업반 학생들의 교복을 기증받아 수선과 세탁 과정을 거친 뒤 싼 가격에 후배들에게 파는 행사다. 달서구청과 아름다운가게 월성점이 마련하는 ‘스마일링 교복 나눔장터’는 올해로 5회를 맞았다. 이번 행사에서 판매할 교복은 지역 51개 중·고교의 바지·셔츠·블라우스·재킷·조끼 등 7000여 점이다. 학교나 동 주민센터에 모인 교복을 수선하고 세탁해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한다. 가격은 점당 1000∼5000원이다. 달서구청은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해 12월 학교마다 공문과 홍보 포스터를 보냈다. 3학년 담임교사 500여 명과 학생들에게도 우편으로 안내문을 보냈다.

 행사 준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에서는 교복 중 물세탁이 가능한 것을 세탁했고, 한국세탁업중앙회 달서구지부 회원들은 드라이클리닝과 다림질을 맡았다. 이상배(56) 달서구지부장은 “행사 취지가 좋아 회원 20여 명이 힘을 보태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행사기간 판매하고 남은 교복은 다음 달 말까지 월성점의 상설코너에서 계속 판매한다.

 수성구청도 교복 나눔장터를 마련한다. 23~24일 구청에서 열리는 장터에는 수성구 지역 중·고교 37개교의 교복 1만4000점이 나온다. 이 중 900여 점은 교복 판매업체가 이월상품을 기증한 것이다. 지역 5개 사회복지관이 나서 학교별로 교복을 정리했고 세탁업중앙회 수성구지부와 수성지역 자활센터에선 세탁과 수선을 담당했다. 가격은 점당 2000~5000원. 이월상품 중 겨울옷 재킷은 한 점에 2만원으로 15만원 정도인 새 옷보다 훨씬 싸다.

 북구청도 22~23일 구청 민방위교육장에서 ‘다정다감 교복나눔’ 행사를 연다. 지역 중·고교의 교복 5200점을 한 점에 2000∼5000원에 판매한다. 현장에선 중고생의 헌 참고서도 권당 1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구청 측은 수익금으로 새 교복을 구입해 생활이 어려운 학생 120여 명에게 줄 계획이다. 행사 때 팔리지 않은 교복은 북구자원봉사센터와 아름다운가게 칠곡점에서 다음 말까지 판매한다.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교복 장터는 자원을 재활용하고 학생들에게 절약정신도 심어 줄 수 있어 산교육장으로 손색없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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