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수입차 더 많이 팔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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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가혁
경제부문 기자

“이번 기회에 외제차 값 좀 더 내리고 부품값도 더 내려라. 그래야 점유율이 20~30%까지 는다.”(아이디 jm***)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국내 수입차 빅4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조사 대상이 된 BMW 코리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한국도요타자동차의 지난해 국내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차량 가격 책정뿐만 아니라 부품 가격, 복잡한 유통구조 등 그간 제기된 수입차 판매의 문제점을 일괄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조사를 대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각이 이전과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삐딱한 시선으로 수입차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날리기보다 ‘좀 더 많이 팔려면 이번 기회에 고칠 건 고쳐라’는 충고가 더 많았다.

 낮아진 수입차 가격 탓도 있지만 빠른 대중화를 통해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덕분이다. 대다수 소비자는 이미 감성의 거품이 걷혀진 상태다. 단순히 수입차 브랜드에 현혹되지 않고 국산차와 마찬가지로 꼼꼼하게 가격·품질, 그리고 애프터서비스를 따진다. 한국에 들어온 수입차의 가격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또 외국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수리비용과 부품 값이 왜 지속되는지 적극적으로 해명을 요구한다. 그래서 남은 문제는 수입차 업체들이 앞으로 얼마나 성의를 갖고 한국 소비자들을 대응할지다.

 국내 소비자들은 클릭 한 번으로 미국 승용차 가격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정보력과 눈높이에 상응하는 마케팅과 서비스를 펼쳐야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불공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밉상’으로 눈총받는 원인을 제공한 업계의 잘못된 풍토 역시 되짚어봐야 한다. 원금 지불유예 제도를 무분별하게 권해 카푸어를 양산하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 버는 돈에 비해 사회적 책임에는 무관심하다는 인식도 이 기회에 깨끗이 걷어내야 한다.

이가혁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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