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서귀포 '겨울축구 메카'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서도 이제 겨울에 축구를 할 수 있다'.

지난 22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4만2천석)에서 벌어진 전북 현대와 몰디브 빅토리 SC의 아시아컵 위너스컵 동아시아 8강전을 지켜본 국내 축구 관계자들은 희망을 함께 봤다.

계절적으로 축구경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12월 하순임에도 불구하고 1만명을 웃도는 관중이 몰렸기 때문이다. 유럽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축구가 겨울 스포츠로 정착이 가능하다는 성급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3~5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진 FA(축구협회)컵 준결승.결승전에 불과 수백명의 관중이 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서귀포시 월드컵추진기획단의 김대규씨는 "전반전이 끝날 때쯤 본부석 스탠드는 관중이 꽉 찼고 반대편 동쪽 하단 스탠드는 절반쯤, 남.북 하단 스탠드는 3분의 1 정도 관중이 들어차 1만명 가량이었다"며 "하프타임 때도 꾸준히 입장해 경기가 끝날 때는 1만4천명 정도였다"고 전했다.

무료 입장이었지만 하루종일 진눈깨비와 가랑비가 오락가락했던 '불순한' 날씨였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 외의 관중이었다.

서귀포는 한국에서 겨울철 프로축구 리그를 운영할 경우 첫번째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일년 내내 따뜻한 데다 사철잔디를 심은 월드컵경기장이 생기면서 축구 인프라에 관한 한 어느 곳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전북 구단이 홈구장인 전주 월드컵경기장을 마다하고 서귀포로 방향을 돌린 것도 전주에 혹시 내릴지도 모르는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북 조윤환 감독은 "비까지 내렸지만 그리 춥지 않은 느낌이었고 경기장 자체가 바람막이가 돼 찬 바닷바람을 막아줘 선수들이 뛰는 데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북은 예상 외의 관중에 보답이라도 하듯 상대팀을 8-0으로 대파했다. 전반 2분 안대현의 아크 정면 발리슛으로 골 물꼬를 튼 전북은 43분 고민기의 헤딩골로 전반을 2-0으로 앞선 후 후반 김도훈의 해트트릭 등을 보태 1차전을 대승으로 끝냈다.

전북은 몰디브에서 열리는 2차전(29일)을 위해 27일 출국한다. 빅토리 SC를 제치면 4강전에서 일본의 시미즈 S 펄스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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