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폭동 이모저모] 대통령에 돌·계란 세례

중앙일보

입력

경제위기의 후유증이 폭동사태로 이어지면서 아르헨티나 전역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페르난도 데 라 루아 정부는 진화작업에 부심하고 있지만 일자리와 빵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국민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교외와 북부 앙트레 리오 지방 등에선 19일 수백명의 군중들이 상점 유리창을 부수고 TV.식량.의류 등을 훔쳐갔다. 일부 흥분한 군중은 폐타이어에 불을 붙여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경찰의 접근을 막았다. AFP 통신은 이날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1백여곳의 슈퍼마켓이 털렸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약탈 등의 혐의로 지금까지 3백50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제2의 도시인 중부 코르도바의 시청 직원들은 공무원 임금 삭감조치에 항의, 청사에 불을 지르고 기물을 파손하는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각목.뇌관폭탄 등으로 무장한 이들과 세시간 동안 대치한 끝에 고무탄을 발사, 가까스로 해산시켰다. 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진 라플라타에서는 공무원 수천명이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평화적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 폭력사태로 번졌고 공무원 20여명이 고무탄을 맞아 부상했다.

○…성탄절용 상품이 수북이 쌓인 상점.슈퍼마켓 등을 지키던 경찰은 주변에 몰려든 군중에게 비상식량을 나눠주는 등 약탈방지에 안간힘을 썼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교외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식량을 타간 소니아 아리스티시는 "약탈이 나쁜 건 알지만 우리는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데 라 루아 대통령은 민심 수습차원에서 7백만달러(약 91억원)가량의 예산을 긴급 편성, 식량을 배급하겠다고 밝혔다.

○…데 라 루아 대통령은 19일 오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각료들과 비상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계란과 돌을 던지며 항의하는 시위대와 부닥쳤으나 무사히 현장을 빠져 나갔다. 그는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자제를 호소하고, "하지만 난동세력은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천명의 시민들은 연설 직후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에 모여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비상사태 선포 등에 항의했다.

○…아르헨티나 주식시장은 19일 폭동에도 불구하고 페소화가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대폭 상승하는 이변을 보였다. 주가는 폐장 수시간 전 급등,메르발 지수는 7.6% 오른 272.76을 기록했고 제너럴 지수는 5.7% 상승한 12,425.07로 마감했다.

○…아르헨티나 한인들은 이번 폭동으로 아직까지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교외의 한 한인 잡화점엔 1백여명이 난입, 물건을 몽땅 털어갔다고 교민들이 전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김준술 기자 jd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