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꼴불견 월드컵 자리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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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막을 불과 5개월여 남겨놓은 시점에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관계자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꼴불견이다. 과연 지구촌 축제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협회가 월드컵조직위 운영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현행 정몽준(鄭夢準).이연택(李衍澤)공동위원장제가 문제점이 많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한마디로 정몽준 축구협회장 단일 위원장제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자 조직위도 비상회의를 열어 축구협회 결의문을 반박하고 나섰다. 공동위원장 사이에 갈등이 없고 조직위도 계약 당사자로 보험 등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공동위원장 출범 당시 정부는 '쌍두마차론'을 내세웠다. 한 마리보다 두 마리가 끄는 마차가 목적지에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鄭위원장은 국제, 李위원장은 국내 업무를 맡았지만 당시에도 지휘체계 혼란을 걱정하는 지적이 나왔었다.

어찌됐든 지금의 다툼은 감투싸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양측은 조직위원장을 명예나 봉사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권과 힘을 가진 '요직'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위원장.부위원장이 모두 비상근 명예직이고 실무책임자인 사무차장이 총괄지휘하는 일본 월드컵 조직위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우리는 경기 내용 못지 않게 경기외적인 면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대회 진행,국민 질서 의식 선진화, 우리 문화 선양, 경제적 특수(特需)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모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협조할 때에만 가능하고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서로를 포용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우리는 아직 월드컵 상품화권 사업자 선정 작업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경쟁관계의 공동 개최국 입장에서 조직위의 다툼은 적전분열이고 이적행위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두 위원장은 마음을 비우고 월드컵을 국민적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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