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넌 10개월 e-메일 사랑]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20대 여성이 중증 장애를 지닌 재미 한인과 e-메일로 사랑을 주고받은 지 10개월 만에 백년가약을 맺어 교포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의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는 南영기(27.여)씨는 지난 15일 오후 로스앤젤레스 남부 어바인의 한 한인교회에서 장애 1등급의 뇌성마비를 지닌 李정진(29.미국명 애덤 브라운)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가족.친지 등 3백여명의 축복을 받았다.

이들이 처음 사랑의 싹을 틔우게 된 건 지난 3월, 서울에 살던 南씨가 채팅 사이트에서 李씨의 프로필을 보고 e-메일을 보내면서부터였다.

李씨는 처음 두달 동안 수십여통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南씨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南씨에게 상처를 줄까 짐짓 걱정됐다. 李씨는 5월 초 "뇌성마비인 데다 17세 때까지 서울의 고아원에서 지내다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됐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리곤 교제를 중단하자고 말했다.

그럼에도 南씨는 그를 놓지 않았다. 李씨를 훌륭한 인격을 지닌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 나누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확신은 오히려 커졌다.

두 사람이 처음 마주 대한 건 지난 8월 하순이었다. 李씨는 선교활동차 미국을 방문한 南씨를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뒤 이틀 만에 청혼했다. 南씨도 머뭇거림없이 수락했다.

李씨 부부는 "사랑만이 바른 가정을 이룰 수 있다"며 "장애인이라는 외적인 면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보다는 그들의 진실한 마음을 볼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주본사(LA)=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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