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하면 작동되는 차 나올까]

중앙일보

입력

운전을 하면서 말만 하면 오디오와 에어컨이 켜지고 창문이 열리는 자동차가 나올까. 자동차의 오디오.에어컨.창문 등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기술진이 개발해 이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음성기술 관련 벤처기업인 팍스브이알(http://www.paxvr.com)은 최근 음성인식 자동차를 개발해 시험 중이라고 발표했다.

김일천 사장은 "시험 중인 차량을 운전하면서 '음악 틀어''에어컨 켜'라고 말하면 관련 장치들이 정확하게 움직인다"며 "음악을 크게 튼 상태에서도 에어컨 조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사장은 "시속 1백㎞로 달릴 때에도 음성을 인식하는 비율이 98%나 됐다"며 "기후나 도로사정이 나쁘더라도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적용한 차량을 테스트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기본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자동차에 적용하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성도 문제며 인식률이 높지 않을 경우 고객들의 불만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기술을 당장 적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실제로 음성으로 작동하는 차가 나오려면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모델을 개발하는 초기에서부터 자동차 회사와 공동으로 개발해야 하는데,자동차의 경우 설계를 해 완제품을 생산하기까지는 통상 3~4년 걸리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주요 장치를 음성으로 조작하는 것은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분야다. 일부 최고급 차종의 경우 몇가지 명령을 음성으로 조작하는 장치가 장착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중앙처리장치(CPU)와 하드 디스크 등으로 구성된 소형 PC 형태여서 제작과 장착에 비용이 많이 드는 게 한계다. 그나마 우리 말로 작동할 수 있는 장치는 개발된 적이 없었다.

팍스브이알이 개발한 기술은 사람이 달라도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화자 독립형'이고 중앙처리장치가 필요 없어 값이 싸다. 회사측은 대량생산할 경우 원가가 4만~6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팍스브이알은 국내 자동차 업체와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이미 운행 중인 자동차의 오디오.에어컨 등 일부 기능을 음성으로 조작하는 장치를 만들어 팔 예정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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