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재미교포와의 e-메일 연결 결혼

중앙일보

입력

20대 한국인 처녀가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인 재미교포와 e-메일을 통한 사랑을 주고받은 끝에 선뜻 결혼식을 올려 교포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남영기(27)씨로 장애1등급 뇌성마비자인 이정진(29.미국명 애덤 브라운)씨와 15일 오후 4시 로스앤젤레스 남부 어바인의 베델한인교회에서 이 교회 담임손인식 목사의 주례로 백년가약을 맺고 가족.친지.신자 300여명의 축복을 받았다.

남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라며 "사람들에게 돈과 권력, 명예보다 더소중한 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영기는 하나님이 주신 귀한 신부"라며 "신앙 속에서 서로 마음이 통한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3월24일 서울에 거주하던 남씨가 기독교 웹사이트인 `호산나(Hosanna.net)의 채팅 사이트에서 이씨의 프로필을 우연히 접하고 전자메일을보내면서 시작됐다.

2개월간 수십여통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커지자 이씨는 자신이 뇌성마비에다 고아로 17살때까지 서울의 고아원에서 지내다 미국인 백인부부에 입양됐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교제를 중단하자고 했다.

이씨는 "처음엔 호기심에서 메일을 교환했으나 과연 내가 남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었고 영기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까봐 교제를 그만두자고 했다"고당시를 회상했다.

남씨는 "신앙을 통해 서로 존경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이씨가 똑같은 인격을 가진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그와 계속 교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남씨는 "일단 결정하고 나니까 장애인과의 교제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깨달았고 모든 게 자연스러워졌다"며 "기도할 때마다 외형적인 것으로 사람을 보지않도록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고교 및 신학교 졸업후 컴퓨터 서버 관리사가 된 이씨는 지난 8월20일 선교활동차 시애틀에 왔다가 로스앤젤레스를 들른 남씨와 처음 대면한 뒤 이틀만에 청혼했고남씨는 머뭇거리지 않고 수락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남씨의 어머니 송풍자(57.서울 거주)씨는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것이라면 내가 반대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에 처음부터 교제를 반대하지않았다"고 말했다.

아버지(60.개인사업)와 오빠(30.벤처사업), 어머니를 둔 남씨는 "집안에서 반대하지 않은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송씨는 "사위가 좀 왜소하고약해 보이는 것같아 걱정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오렌지 카운티 소재 남가주 밀알선교단에서 컴퓨터관련 업무를 보고 있으며 올해 신학대에 입학, 목회자 수업을 받고 있다. 교회 전도사를 했던 남씨도 계속 교회 일을 할 계획이다.

남씨는 "남편은 하나님이 귀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마음이 너무 맑다"며 "능력도외모도 볼품이 없지만 가난한 사람과 함께 살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를 능력만 있으면 입양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A 남서부 벨프라워의 단칸방에 보금자리를 차린 두 사람은 17일 그랜드캐년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