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마법사, 이정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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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집의 제목은 'Magic to Go to My Star'. 절대 음악보다 먼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는 이번에도 그녀를 똑 닮은 특수 제작한 구체관절인형으로 먼저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가짜 이정현은 실제 인간처럼 움직이는 인형으로 별도의 컴퓨터 그래픽 없이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담을 수 있었다. 앨범 재킷에도 그 인형으로 홀로그램을 덧씌워 입체감이 느껴지도록 촬영했다. 3집의 타이틀곡 ‘미쳐’는 1, 2집을 함께 작업했던 작곡가 최준영과 결별하고 히트곡 메이커 윤일상과 손을 잡고 만들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해서 기존의 댄스 음악을 멋지게 소화해 내는 모습에서 그녀의 음악에 대한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단 하나, 음악

'꽃잎'의 영화배우 이정현이 가수로 데뷔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과연 뜰까?’ 하며 의아해했었다. 용감하게 아무런 계산 없이 시작했던 1집이 사람들에겐 정말 파격적인 일이었다. 1집의 성공 이후 2집을 준비하고 발표하기까지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3집은 부담감 없이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었고, 1, 2집보다 더 많이 만족하고 있다.

1,2집은 음악과 춤을 좋아해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무대에서 보여준 것이겠지만 이번 3집 무대의 카리스마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닌, 철저한 준비와 함께 팬들에게 보내는 정성을 다한 메시지가 담긴 쇼이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난다. 한마디로 말해 이번 3집은 그녀의 손끝에서 시작해 그녀의 손끝에서 끝난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 중 그녀의 손길을 안 거친 곡이 없지만 약물에 대한 경고성을 담은 ‘Anti Drug’는 그녀가 직접 노래말까지 지었다. 또한 음반 준비가 거의 끝나갈 때쯤에 터진 미국 비행기 테러 사건에 대한 반테러 메시지를 담기 위해 ‘No More Terror’를 부랴부랴 작업해 수록했다. 요즘 그녀는 수많은 스케줄 때문에 많이 바쁘다. 오랫동안 힘겹게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한 노래들을 사람들이 듣고 자신을 찾아주는 것이니 어떠한 거절도 없이 모두 찾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가수가 집에 있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차 안, 그 속에서 주로 무엇을 하냐고 물었다. 자신의 3집 음반을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반복해서 듣는단다. 활동을 쉬고 음반 준비를 할 때는 아니지만 음반 활동을 할 때는 언제나 자신의 노래만을 듣는 것이 그녀의 특징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방송국 관계자와 통화하며 자신의 무대 스타일을 상의하고 매니저, 코디네이터와 함께 자신의 무대 의상과 무대 안무 등을 고민하는 이정현. 그녀는 노래하고 춤추는 인형 같은 그저 예쁘기만 한 가수가 아닌, 한국의 마돈나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노래를 진정 좋아하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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