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몬스터 주식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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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눈물. 그리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양의 교훈. 이보다 더 그럴 듯한 '에듀테인먼트'가 있을까.

디즈니와 픽사가 공동제작한 3D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s Inc.) '는 삼박자가 얄미울 정도로 완벽하게 어우러진 성탄절용 오락물이다.

'토이 스토리 1, 2' 등 전작이 그러했듯 이들이 VIP로 모시는 건 여전히 아이들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 작품에서 이뤄낸 영화적인 진보는 성인 관객들에게도 후한 점수를 받을만 하다. 미국에서 지난달 개봉 열흘 만에 입장료 수익이 1억달러(약 1천3백억원) 를 넘어서는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괴물들이 사는 도시 몬스트로폴리스를 움직이는 동력원은 아이들의 비명 소리다. '사랑하기 때문에 겁을 줍니다'라고 홍보하는 몬스터 주식회사.

이 회사는 벽장 문을 통해 아이들의 침실에 침입해 그들을 놀라게 한 뒤 아이들의 비명을 저장한다.

파란 털이 북실북실한 괴물 '설리' 제임스 설리번(목소리 연기 존 굿맨) 은 회사가 자랑하는 전도유망한 사원이다. 외눈박이 조수 마이크 워조스키(빌리 크리스털) 는 좌충우돌하면서도 늘 설리를 빈틈없이 보좌한다.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깬 것은 우연히 몬스터 주식회사에 발을 들여놓게 된 너무나도 앙증맞은 소녀 부(메리 깁스) 다.

괴물 세계의 철칙은 아이들과 절대로 접촉해선 안된다는 것. 양말 한짝만 등에 묻혀와도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소독을 하고 털을 죄다 뽑아버리는 가혹한 조치가 취해질 정도다.

그런데 어쩌나. 잘 나가던 설리는 '아이들만큼 위험하고 독성이 강한 건 없다'는 회사의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거역하게 된다.

혀짤배기 소리로 '야옹아(kiddie) '라고 부르며 무람없이 달라붙는 깜찍한 부와 어느새 깊은 정이 들고 만 것이다. 이 영화 최고의 캐릭터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부. 이 꼬마의 일거수 일투족에 거구 설리가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가슴이 찡하다.

이번이 네번째 장편인 픽사 스튜디오는 6년 전 '토이 스토리'때보다 훨씬 발전한 기술력을 과시한다. 설리를 3D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의 표정만큼이나 정밀한 표현이 힘들다는 털북숭이로 설정한 것은 이러한 자신감의 소산이다.

픽사가 개발한 딥 섀도잉 프로그램은 동작에 따라 부드럽게 물결치는 설리의 털 3백만개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또 그런 얘기야?'라며 하품을 할 관객들에게 이따금 알람을 울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퇴출된 설리가 설원에서 썰매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나 5백70만개의 벽장 문이 줄줄이 매달린 컨베이어 벨트에서 벌이는 추격신 등은 실사영화 못지 않게 스펙터클하고 과감한 연출이다.

4년 동안 고치고 또 고친 시나리오에도 티가 없진 않다. 권선징악의 단선적인 스토리야 디즈니의 전매특허라 치더라도 히말라야로 추방된 설리 일행이 회사로 복귀하는 과정이나 몬스트로폴리스의 에너지원이 비명에서 웃음 소리로 바뀌는 부분은 발상은 훌륭했지만 설명이 충분치 않아 조금 어리둥절하다.

디즈니와 픽사는 2003년 개봉을 목표로 해저의 물고기 부자 이야기인 '네모를 찾아서'를 준비하고 있다. 21일 개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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